논란이 되는 지1 13번에 관한 저의 생각
9평 때의 일입니다
시험 당일날 문제가 공개되었을 때 저도 그렇고 같이 일하시던 분들도 그렇고
9평 문제를 보고 이게 평소에 우리가 풀던 평가원 지구과학1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일러스트부터가 평소 평가원에서 그리던 그림체가 아니라 직업탐구 그리던 분이 와서 그려주신 거 같은 그림체였기 때문에 그런 느낌이 들었고
두 번째는 선지의 말투였는데
평가원에서는 선지를 낼 때 한 치의 과학적 오류도 배제하기 위해서 정말 조심스러운 어투를 씁니다. 이전 수능 때 태양계 구성원 문제 기억나시죠? 위성과 소행성 행성? 이었나 이렇게 주고 &'모두 태양을 한 초점으로 하는 타원 궤도를 공전한다&'라는 선지가 있었던 문제요. 이 선지를 &'모두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 라는 말로 바꾸면 문제 오류의 소지가 생깁니다. 위성도 엄밀히 말하면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고 말할 수 있으니까요. 원래 제가 아는 평가원의 말투는 이렇게 조심스럽고 섬세한 것까지 신경쓰는 말투였습니다. 수험생들이 다른 풀이로 새어나가지 못하게 친절하게 길을 딱 잡아주는 그런 느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올해 9평부터는 느낌이 너무나도 달랐습니다. 딱 봐도 기존의 평가원의 말투가 아니라 &'(+)값을 가진다&' 처럼 마치 인터넷 강사가 학생들에게 간략히 설명해 주기 위해 쓰는 용어들이 버젓이 평가원 문제의 선지에 수록되어 있었습니다. 19번의 파격적인 실험 문제도 그렇고 기존 기출과는 확연히 다른 문제나 선지 방식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출제진이 대대적으로 바뀌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이고요.
평가원에서는 언제나 선지 하나하나에 물어보고자 하는 것이 명확히 정해져 있습니다. 예를 들면 &'별의 질량이 커지면 수명이 짧아지는 것을 아느냐?&' 처럼요. 한 선지에 두 가지의 사실을 아느냐고 물어보는 선지는 나오지 않습니다. 다만 중복을 피하기 위해서 그것을 한 번 정도 꼬아서 말을 합니다. 대개는자료에 주어진 값들의 변화 양상을 선지로 주어서 그 사실을 이용해 풀 수 있도록 합니다. 그렇게 하면 기존의 기출 문제와중복도 되지 않고, 그 사실을 간접적으로 명확하게 물어볼 수가 있기 때문이지요.
수능 13번에 대해 말하자면, 평가원이 ㄷ을 낸 의도는 명백합니다. &'별의 질량이 커지면 수명이 짧아지는 걸 아느냐?&' 이것 한 가지입니다. 문제를 내면서 다른 요인들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의 맥락을 전체적으로 생각해 볼 때 명확합니다.
다만 그것을 한 번 꼬아서 말하는 과정에서 평가원은 기존의 평가원과 다르게 의도와 다른 풀이 방향으로 수험생들이 새어나갈 소지를 주고 말았습니다. 일단 두 행성과 생명 가능 지대의 최저 거리 사이에서 0.1AU와 0.4AU의 차이가 있었고, 아무리 별의 광도가 커짐에 따라 더더욱 빠른 속도로 생명 가능 지대가 확장된다고는 해도 그 속도의 차이가 0.3AU라는 거리의 차이를 씹어먹을 정도로 빠를 수 있는지는 수험생 입장에서 계산을 해 봐야만 알 수 있는 것이었죠. 게다가 그 여부는 그래프를 명시해 주지 않는 이상 고등학교 교육 과정을 마친 수험생들은 절대로 알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과학적으로 보면 이 문제 자체에는 결함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광도의 차이에 따른 생명 가능지대의 확장 속도 차이는 0.3AU의 거리 차이를 무시할 수 있을 만큼 지배적이거든요.
과학적으로도 문제가 없고 선지가 의도한 바가 명백한 만큼 이 문제는 이의신청을 수용할 가능성이 적습니다. 제 생각에는 오류로 인정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선지는 평가원에서는 결코 내서는 안 될 선지였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오죽하면 저도 수능 당일날 뽑아서 풀면서 막혔습니다. 5년 동안 수능 지1을 연구하고 출제도 많이 했지만 저는 지1 이상의 것을 공부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고 인강 강사들이 지엽이라며 정리해 주는 탈교육과정의 쓸데없는 사실들을 외우거나 한 적도 없으니까요.
제가 내린 결론은 &'이 선지는 질이 매우 낮은 선지이다&', 그리고 &'이의 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입니다. 문제를 틀린 수험생들에게는 안타깝다는 생각밖에 안 드네요.
아무쪼록 수능 치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특히 2년이 지난지금까지도 CSA 풀어 주시고 직전모의평가 열심히 풀어 주시면서 공부해 준 학생들에게 고맙다는 말씀 전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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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수능 치기 전 마지막 실모 망쳤다고 생걱하니까 하나 더 풍어야하나 싶은데......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이번 년도 생1 망해서 노베인데 지1으로 하려고 하는데 괜찮을까요..? 이렇게 선지가 명확하지 않다면 좀 그런데..
(+커서님 존잘.. 리농모의때 봤는데 멋지게 생겼어양)
매년 말하는 거지만 지1만큼 무난한 과목도 없습니다. 지질학이든 해양학이든 천문학이든 예외가 많은 학문이기 때문에 다른 과목들처럼 퍼즐이나 암호로 수험생들을 괴롭게 할 수 있는 과목이 아니어서 기괴하게 출제될 가능성은 앞으로도 없는 과목입니다. 다만 올해 들어서 출제 방식이 바뀐 건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할듯 합니다.
풀때는 b와c모두 비율 상 생명가능지대의 절반이에위치해서 간단하게풀엇긴햇는데 거리 차로 접근햇으면 진짜 힘들엇을수잇겟네여....
평가원 너무한거아닌가요...하
너무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런 선지는 검토 과정에서 걸러졌어야 하는데 여러 모로 안타까워요
배경지식을 최소화 해야ㅠ
평가원이 과학에서 오류인정하는 경우는 참 드물죠.. (딴데서도 드물지만) 문득 08 물리2 생각나네요. 교과과정상에선 문제 없으나 학문적 오류가 있는경우엔 인정한 선례가 있으나, 그 역은 어지간해선 성립 안할것 같습니다. 글쓴이 의견 동의하는바네요.
커서님 1컷 46으로 굳어 질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딱 46일 것 같아요
13번의 여파가 크다면 1점 정도 내려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가능지대의 정중앙에 위치한걸 먼저보지못하고 가능지대 최소거리와의 거리를먼저보면틀려부림..ㄹㅇ
2컷 42가능하다고 보시나요??
ㅇㄹㅇ
2컷은 전 잘 모르지만 작년 2컷이 41이었으니 올해는 그 쯤 되지 않을까요
커서님 직전모고 잘풀었습니다..ㅎ
감사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