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사 이야기 50편 - 제식 총기와 변화(2)
마지막 시간에서는 현재 미군 뿐만 아니라 ar-15로부터 파생된 총기들이 모두 5.56mm탄을 사용한다는 것을 말씀드렸습니다. 역시 세계의 경찰이자 가장 강력한 군대는 미군이지 않습니까? 미군이 5탄을 사용하면서 자연스럽게 나토, 그러니까 유럽 연방군 또한 나토탄이라는 이름으로 체택하였습니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미군이 즉각 유럽 어딘가로 파병을 가서 보급을 받으면, 같은 5탄을 쓰는 나토군으로부터 총알을 공수받을 수 있고 거꾸로 급하면 나토군에게 공여해줄 수 있습니다.
좀 과한 예시를 들어보자면, 한국의 모든 학생들이 제가 쓴 전자책으로 공부하고, 다른 선생님들도 제 책으로 공부하면서 이걸 기반으로 각자 다양한 비문학을 풀고 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죠. 게임에서는 이러한 것을 '메타'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지금은 5탄이 보병 소구경 탄환의 시대인 것이죠.
현재까지 이 5탄은 그럭저럭 쓸만했었습니다. 반동도 적고 저위력의 탄을 빠르게 연사할 수 있었고, 또한 한국이나 일본, 유럽과 미국 등 소위 서방 진영으로 비유되는(재미있게도 동유럽, 러시아 같은 국가들은 한국도 '나토군'으로 인식하더군요. 마치 과거 한국이 북한 러시아 중국 베트남을 전부 싸잡아서 '빨갱이 국가'라고 부른 것과도 비슷합니다) 세계에서는 5탄에 모든 것이 맞춰져 있었죠. 5탄을 생산하는 공정, 그걸 유통하는 과정, 군대 보급품으로서 5탄에 맞춰 설계된 탄통과 각종 장비 등등.
5.56mm 탄환이 들어간 탄창
5.56mm 더미탄. 저도 집에 장식용으로 몇 개 가지고 있습니다
나토군 뿐만 아니라 미국의 우방국이라면 일반 보병 소총은 거의 5.56mm로 통일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여기에 더해서, 여태까지 ar-15에 대해서 말씀드렸는데요 사실 ar-10 계열도 있습니다. 갑자기 숫자가 줄어들었으니 뭔가 탄환도 5.56mm 보다 작은 구경을 사용할 듯 하죠? 아닙니다. ar-10 계열은 일반 보병용 소총이 아닌, 지정사수나 저격수를 위한 저격총의 표준 탄환입니다.
저번편에서 m1 개런드라는 장총신의 고위력 소총이 7.62mm를 쓴다고 했었죠? 5.56mm의 구경은 일반 보병이 주무기 소총에 쓸 수 있는 만큼 적당한 위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 보병이라고 모든 상황을 대처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주 교묘한 곳에 숨어서 아군을 노리는 저격수가 숨어있을 지도 모르지요.
그래서 비록 일반 보병 소총은 5.56mm가 채택되었지만, 7.62mm 또한 특유의 강력한 운동에너지와 긴 사거리 덕분에 5.56mm와 더불어 나토군의 제식 탄환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탄환을 쓰는 무기들은 대부분 ar-10의 족보에서 놀고 있습니다.
비록 일반 보병은 짧은 총열의 ar-15계열로 무장하였지만 여전히 원거리에서 아군을 지원하는 병과가 필요했기에, 7.62mm를 사용하는 지정사수 저격총 또한 쓰이고 있습니다. 예컨데 HK416이라는 총기는 5탄을 사용하지만, hk417이라는 지정사수 저격총은 7탄을 사용합니다.
당연히 5탄보다 구경의 크기나 운동에너지, 즉 관통력과 파괴력, 사거리가 더 큰 7탄
같은 7탄이라 하더라도 용도에 따라 내부 구성이 조금씩 다르고, 탄두에 다른 색깔을 입힘으로써 각각의 목적을 표시해둔 것입니다
7탄을 쓰는, HK416 소총보다 더 크고 긴 지정사수 저격총 HK417
쉽게 말하자면 나토가 쓰는 탄환은 대표적으로 이 5탄과 7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7탄은 5탄이 뚫지 못하는 방탄복을 입은 상대 혹은 원거리에서 아군 소총병을 보조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물론 좀 더 체급이 큰 저격총들은 7탄보다 더 크고 무겁고 파괴력이 큰 탄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현재 5탄은 일반 보병 소총용, 7탄은 지정사수 저격수용으로 나뉘어져 운용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1편에서 말씀드렸다시피 5탄은 점점 한계가 옵니다. 저위력탄이라서 반동이 적고 때문에 연사시 명중률에서 큰 이점이 있지만, 문제는 방탄복이 점점 발달하면서 5탄을 맞고 버티는 적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중국이 현재 도입하는 신형 방탄복은 5탄에 대한 방호력이 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습니다. 사실이 어찌 되었든 실제 방탄복의 전반적인 발달로 5탄은 다소 한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때문에 미군은 차세대 총기로 5탄과 7탄의 사이에 있는 6탄, 즉 6.8mm를 사용하여 5탄이 뚫지 못하던 방탄복을 모조리 뚫을 수 있는 중간 체급의 소총을 원하게 됩니다. 바로 이 사업에서 얼마 전, sig sauer 사의 소총이 체택됩니다. 아까 1편에서 권총도 sig sauer가 개발한 m17, m18이 제식 권총으로 선정되었다고 했죠? sig sauer는 단순히 미군에 체택된 것이 아닌, 장차 6.8mm를 쓰게 될 모든 서방 국가에 물건을 판매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물론 당장 모든 5.56mm탄환이 도태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많은 분량의 소총과 탄환이 생산되었으며, 방탄복에 좀 막히긴 하더라도 여전히 군용으로 쓸만한 가볍고 좋은 탄입니다. 차후 미군은 소총병의 약 1/4을 이 6.8mm를 쓰는 신형 소총으로 대체할 계획입니다. 이로서 sig sauer는 제식 권총 뿐만 아니라 제식 소총까지!!! 선정된 엄청난 쾌거를 이룹니다. 아마 sig 사의 대표는 입이 찢어져서 아직도 봉합 수술을 받고 있을듯
척 봐도 위에서 제가 가져온 HK417의 떡대와 비슷해보이죠? 실제로 사용 후기를 보면 일반적으로 가볍게 다룰 수 있는 소총보다는 지정사수 저격총에 버금가는 무게와 떡대라고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W-qRddBcBA&t=16s&ab_channel=SIGSAUER%2CInc
시간나시면 영상을 한번 보시죠
저 또한 얼마전 sig sauer의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https://www.plato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621
제가 장장 2편에 걸쳐서 미국의 제식 총기 사업의 역사를 간략히 소개해드렸습니다. 과거 콜트사가 개발한 1911a1은 노후화되어 베레타 사의 m9으로 대체되었고, 그 이후 최근에는 sig 사의 m17, m18이 선정되었습니다.
소총 또한 마찬가지로 2차 세계대전의 m1 개런드부터 이것을 연사가 가능하게 개량한 m14, 그리고 베트남 전쟁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자 유진 스토너가 개발한 ar-15계열의 m16이 채텍되어 한국군 또한 한때 주력 제식소총으로서 널리 사용되었고, m16으로부터 파생된 m4, 카빈 등의 소총으로 진화해왔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잇따른 방탄복의 발전으로(마치 존 윅 3에서 나온 정말 튼튼한 방호복을 입었던 군인들처럼) ar-15가 사용하는 5.56mm가 한계를 맞이하며 다시 과거로 회귀하여 더 크고 강력한 구경의 6.8mm를 쓰는 sig사의 새로운 제식 소총이 체택됩니다.
이렇듯 무기 개발사, 무슨 전차나 장갑차, 전투기 뿐만 아니라 일반 보병이 쓰는 소총, 소화기의 발전사도 들여다보면 참 재미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전장 환경이 중동과 같은 사막 지역에서 자주 발생함에 따라서 탄색의 기본 도색을 하게 되었으며, 또한 더 두꺼워진 방패를 위해 더 강력한 창을 개발하게 된 것이죠.
그러나 새로운 제식 소총을 선정했다 하더라도 완전히 ar-15를 대체하지는 못합니다. 앞서 설명드린대로 이미 ar-15계열은 널리 퍼져 사용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보급 체계가 정립되어 있기 때문이죠. 단지 6.8mm를 쓰는 소총을 위해 모든 보급 체계를 갈아 엎고 공장도 새로 지어야 한다면 비용이 어마무시할 것입니다. 그러나 방탄복의 발전은 결국 돈을 들여서라도 5.56mm를 대체할 고위력의 탄환을 사용할 이유가 되었습니다.
이렇듯 한번 정립되어 널리 퍼진 것을 한꺼번에 뒤엎는 것은 힘듭니다. 미군도 당장 모든 ar-15를 갈아엎는 것이 아닌, 테스트를 거쳐 천천히 보급을 할 것이며 결과적으로 보병의 1/4이 이 신무기를 들고 싸우게 될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왜 수험생에게 해드리냐면, 3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우리의 뇌 또한 그렇게 쉽게 단시간에 바뀌지 않습니다. 저 또한 <수능 국어 비문학의 과학적 학습법>에서 쓴 것처럼 일찍이 효율적인 학습 방법을 깨달았지만, 이것을 연습하고 체화하여 성적을 올리는데 까지는 시간이 꽤나 걸렸습니다.
이미 기존에 자리잡은 습관과 문제 풀이 방식 등을 단 하루, 며칠만에 바꿀 수가 없었습니다. 다만 분명하게 '이렇게 변화해야 내가 발전할 수 있다'는 목표의식을 가지고 계속 연습한 결과 훨씬 더 나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가끔 수험생 중에서, 또는 장수생이 스스로 이미 뇌가 굳어버렸다고 한탄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전 그런 한탄을 굉장히 한심하게 봅니다. 소위 '뇌 가소성'이라는 말이 있는데, 뇌도 아까 말한 것과 비슷하게 계속 변화합니다. 뇌가 가장 극적으로 변화하는 시기는 5살 전후이긴 합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여러분이 5살 이후에 배우는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합니까? 아닙니다.
미국도 처음 이 6.8mm 신형 소총을 도입하고자 하였을 당시 내부적으로 엄청난 반대와 여러 어려움이 있었을 것입니다. 기존의 ar-15에 맞춰진 보급 체계도 바꿔야 하며 새로운 총기 개발사들의 각종 총기를 일일이 테스트하고, 가격과 위력, 명중률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까다롭게 선정하고, 또 그 소총을 얼마나 발주할지도 밤새도록 계산하고 협상하였을 것입니다.
그러한 어려움에 부딪혔다고 해서 여전히 ar-15만 사용했다면, 정말 언젠가 미중전쟁이 정말 터졌을 때 5.56mm를 쓰는 미군이 죽어나갈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모든 체계가 ar-15로 맞춰져 있음에도 막대한 비용을 들여 새로운 소총과 보급 체계를 개발하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뇌는 여전히 활동합니다. 심지어 80세 할아버지께서도 매우 활발한 학문 활동과 논문 집필을 하는 사례가 유튜브에서도 방영되었습니다. 스스로 뇌가 굳었고 머리가 나쁘다고 자포자기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건 그냥 단순히 공부가 어렵고 스트레스가 크다고 자기 편할려고 핑계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장 저도 맨날 수학 4~5등급 받다가 1등급 받을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 스스로의 변화, 뇌 가소성을 믿었으면 합니다. 스스로 자신은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다는 편견에 사로잡히지 마십시오. 스스로 더 발전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친구들조차 성적을 올리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합니다. 입시에서 우리가 서울대 성균관대 한양대 이런 대학 못가도 인생이 박살나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우리가 당면한 입시에서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은, 원래 자신의 성적으로 갈 수 있는 대학에서 한 두 계단만이라도 더 올라간다면 성공이라고 봅니다.
저도 이런 마인드로 공부를 하니 훨씬 공부가 만족스러웠고, 성취감도 생겼습니다. 엄청난 물량과 비용을 들인 미군의 ar-15 보급 체계도 결국 변화하고 전장 상황이 변화함에 따라 그에 맞춰 진화하듯이, 우리도 진화하고 변화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전쟁사 시리즈
https://orbi.kr/00020060720 - 1편 압박과 효율
https://orbi.kr/00020306143 - 2편 유추와 추론
https://orbi.kr/00020849914 - 번외편 훈련과 숙련도
https://orbi.kr/00021308888 - 3편 새로움과 적응
https://orbi.kr/00021468232 - 4편 선택과 집중
https://orbi.kr/00021679447 - 번외편 외교전
https://orbi.kr/00021846957 - 5편 공감과 상상
https://orbi.kr/00022929626 - 6편 정보전
https://orbi.kr/00023174255 - 7편 실수와 인지오류
https://orbi.kr/00023283922 - 번외편 발상의 전환
https://orbi.kr/00023553493 - 8편 준비와 위기대응
https://orbi.kr/00023840910 - 번외편 비전투병과
https://orbi.kr/00024082234 - 9편 예상과 예측
https://orbi.kr/00024160983 - 10편 신뢰성
https://orbi.kr/00024418374 - 번외편 보안
https://orbi.kr/00024715925 - 11편 기출분석
https://orbi.kr/00025035755 - 12편 파일럿 교육 양성
https://orbi.kr/00025121266 - 13편 인적자원과 교육
https://orbi.kr/00025579054- 14편 설계사상
https://orbi.kr/00026239605 - 15편 독소전쟁
https://orbi.kr/00026862509 - 16편 목적과 효율
https://orbi.kr/00027274206 - 17편 현대전의 발전 양상
https://orbi.kr/00027336409 - 번외편 항공모함 시대의 도래
https://orbi.kr/00027382337 - 18편 러일전쟁
https://orbi.kr/00027503697 - 번외편 기만과 속임수
https://orbi.kr/00027559260 - 번외편 MHRD
https://orbi.kr/00027622118 - 번외편 미래의 전쟁
https://orbi.kr/00027786178 - 19편 의료전선
https://orbi.kr/00028148901 - 20편 중립과 군사력
https://orbi.kr/00028250151 - 21편 장전과 방아쇠
https://orbi.kr/00028339193 - 번외편 음식
https://orbi.kr/00028397136 - 번외편 잠수함
https://orbi.kr/00028594440 - 22편 단순함과 효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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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orbi.kr/00028633462 - 번외편 기업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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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orbi.kr/00028954207 - 26편 문화
https://orbi.kr/00029459571 - 번외편 인디아나폴리스 침몰사건
https://orbi.kr/00030326474 - 27편 낙엽이 지기 전에
https://orbi.kr/00031115960 - 28편 늑대떼와 양떼
https://orbi.kr/00031424411 - 29편 불공평하다
https://orbi.kr/00031680019 - 30편 명분과 세계관, 그리고 편견 (1)
https://orbi.kr/00031924410 - 31편 명분과 세계관, 그리고 편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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