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gnita Sapiens [847641] · MS 2018 · 쪽지

2022-04-15 20:53:37
조회수 7,430

전쟁사 이야기 47 - 여성 인권의 역사

게시글 주소: https://modern.orbi.kr/00056188275









 오늘은 좀 색다른 주제를 오랫만에 가져왔습니다. 그동안 연재가 굉장히 뜸해서 죄송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칼럼은 마치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은 것처럼 유익한 시간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번 칼럼은 우리가 여태 가진 편견을 부수고 상상력을 자극하게 될 것입니다.




 제목은 '여성 인권'이라고 했지만, 일단 전반적인 '인권'이라는 것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제가 아는 한 가장 공식적이고 정리된, 최초의 인권 관련된 선언문은 미국 독립 전쟁과 연관이 있습니다. '천부인권설'이라는 것이 나옵니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인간은 태어나면서 하늘로부터 인간으로서의 합당한 권리를 부여받고 태어났다고 합니다.




 그리고 당시 미국 독립전쟁에서 미국인과 영국이 싸울 때, 프랑스가 뛰쳐 들어서 도와줍니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미국인들의 사상은 프랑스인들에게도 영향을 받게 되는데, 프랑스 사람들이 보니까 "어? 왕이 ㅈ같이 굴면 갈아치워 버리네? 인간들은 모두가 평등한 인권이 존재한다고 하네?" 라는 것을 듣고 프랑스로 돌아가서 혁명의 씨앗이 됩니다. 이것이 바로 프랑스 대혁명의 시작이었습니다.






https://namu.wiki/w/%EB%AF%B8%EA%B5%AD%20%EB%8F%85%EB%A6%BD%EC%84%A0%EC%96%B8%EC%84%9C

미국 독립 선언서 하면 바로 떠오르는 장면이죠.





 그런데 흥미롭게도 우리가 한국사나 세계사를 공부하면 '절대왕권' 이라던지 '왕권 신수설' 등이 등장합니다. 그러니까 왕족들이 자기들 지지할 정통성과 명분을 위해서 '내가 왕이 되서 통치하고 왕으로서 권력을 가진 것은 신(하늘)이 부여한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만약 지금 글을 읽는 사람 중에서 똑똑한 분이 계시다면, 벌써 유발 하라리의 사상과 제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깨달았을 것입니다. 쉽게 선요약하자면,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정한 상상의 규칙' 속에서 살고 있을 뿐입니다.












 매우 역설적이게도 세계 최초로 인권이라는 개념을 촉발한 미국은 흑인 노예들의 권리는 유럽보다도 늦게 철폐했으며 아직도 인종차별은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흑인의 인권과 자유라는 주제로 남부와 북부가 나눠져 싸우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제가 보기에는 이 전쟁의 핵심 요소는 미국의 통합과 공업화, 그리고 미국이라는 정체성의 분명한 확립이었다고 봅니다. 




 꽤 유명한 영화 <300>을 예시로 들어보겠습니다. 해당 영화에서는 정의로운 스파르타군과 그에 침공하는 악마같은 페르시아 군을 그리고 있습니다. 실제로 스파르타군이 어릴 때부터 군사 훈련을 많이 받았기에 일당백처럼 싸운 것은 맞기는 하지만, 그 외의 거의 모든 영화상의 내용이 다 틀렸습니다.




저도 참 재미있게 본 영화였는데요 웃기게도 역사적 사실이 많이 왜곡되어서 욕을 또 듬뿍 먹기도 했습니다. 역사를 소재로 한 판타지, 오락물 정도로 봐야합니다

https://www.netflix.com/kr/title/70056440





 중간에 스파르타군을 이끄는 레오니다스 왕이 페르시아 황제더러 "너네는 노예밖에 없고, 우리는 모두 전사다"라는 말을 하는데 매우 황당한 이야기입니다.




 우선 충격적이게도 당시 페르시아는 노예라는 제도가 없었습니다. 영화에서 나온 것처럼 페르시아군이 엄청난 대군이었으며 세계 각지의 다양한 민족과 출신으로 이루어진 다목적 군대였기는 하지만, 노예라는 제도는 없었으며 모두 정규직이었습니다. 심지어 민족과 문화에 따라 먹지 못하는 음식을 따로 구분해서 배식을 할 정도로 시대를 앞서나간 선진적인 나라였고, 그 덕에 페르시아 '제국' 으로 등극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스파르타는 반대로 10% 지배층이 90%의 피지배층(노예)을 착취하는 구조였으며, 항상 90%의 반란 위협 때문에 10%의 스파르타 남자들은 모두 군사훈련을 받고 군인이 되어야 했었습니다. 오히려 노예는 스파르타가 훨씬 더 많았고, 그들을 억지로 착취하고 억압하기 위해서 스파르타 군인들은 어릴 때부터 맹목적인 군사 훈련을 받아야 했습니다. 현대로 치자면 '북한' 정도가 매우 적절한 비유 대상이 될 것입니다.




 영화에서는 역사대로 페르시아가 패배하긴 하지만, 물론 스파르타처럼 굉장히 기형적인 사회 구조를 가진 사회도 얼마 오래 못 가고 멸망합니다. 우리가 현대에 와서 잘 알듯이 국가는 저렇게 기형적인 군사 국가가 아니라, 자유롭고 좀 더 평등을 추구하면서 다양한 능력이 발휘되는 민주 국가가 번영하는 것을 쉽게 알고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서 고대에서는 주로 '투표권'이라는 권리, 또는 '시민'이라는 권리는 지금의 국민이라는 개념보다 더 특수한, 일종의 특수 신분층이었습니다. 일단 남성이어야하며, 군대를 복무했어야 합니다. 여기서 군대라는 조건이 왜 특별하냐면, 과거에는 지금의 국가들이 자국 장병들을 입히고 먹이는 방식이 아니라 각자 알아서 사비를 들여서 장비와 무기를 구매했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부유한 남성만이 시민으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습니다. 당연히 가난한 사람이나 여성은 무조건 정치에서 배제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전통을 깨부수는 일이 연달아 벌어집니다. 재밌게도 미국 독립 선언문이나 프랑스 대혁명때도 '여성의 권리'에 대해서는 그닥 신경을 안써줬습니다. 여전히 '남성'이 사회 활동을 많이 하기에 남성만이 투표권을 가지고 참정권을 가지는 것이 매우 당연한 시대였거든요. 근데 1차 세계대전이라는 크나큰 전쟁이 벌어지면서 '여성 인권'이라는 개념이 급부상합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여성이 군대에 간 남성 대신 사회활동에 참여하면서 남성과 마찬가지의 권리를 누리게 되었다고 말해야합니다.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isHttpsRedirect=true&blogId=fffuuuxxxkkk&logNo=220522160083

이다지 강사가 '여성 인권'에 대해서 스스로 쟁취해서 얻어진 권리라고 설명을 한 적이 있었는데, 여성 비하라고 엄청나게 테러를 받은 적이 있었죠. 그런데 저 말은 냉정한 현실이고 역사적으로도 증명되었습니다.




남자들은 전부 군대로, 전쟁터로 가서 사회의 다양한 제조업 분야나 일자리가 비워지게 되니 그 빈자리를 여성이 채워야 했고, 사실상 전쟁 동안은 여성 덕분에 사회가 유지될 수 있었습니다. 이러면서 자연스럽게 여성의 인권, 쉽게 말하자면 발언권이 강해지게 됩니다. 유명한 여성 저격수가 전쟁에서 탄생한 것도 포함해서요.

https://m.fashionn.com/board/read.php?table=column&number=8122







 여태까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여성은 수동적인 존재였고 안사람, 즉 집안일을 하는 사람으로 한정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이런 주장은 지금 당장 해도 사실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보통 여성들은 일을 안하고 남성들이 사회 생활을 하니까 남성들에게만 투표권이나 참정권을 주어야 한다' 라는 말이 불과 100년 전까지의 인류 역사에서는 먹혔었던 말입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와서 절대 다수의 민주 국가들은 남성과 여성에게 동일한 참정권을 부여합니다. 왜 그런가요? 그냥 헌법에 그렇게 적혀있거든요. 한국 입장에서는 헌법이 미국으로부터 '이식' 되었다고 봐야하기 때문에, 미국 역사를 좀 알아야 합니다. 




 미국에서도 전쟁과 겹치면서 여성 인권, 참정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어져옵니다. 여성도 스스로 자립할 수 있다, 경제활동이나 사회활동을 할 수 있다, 여성도 남성과 동일한 인간이다 등. 최근의 여성 운동은 과거의 이런 방향과 역행한다는게 매우 역설적이긴 하지만, 여성도 남성과 다름없이 인간으로서 자신의 한 몫을 할 수 있다며 들고 일어나서 쟁취해낸 것입니다. 남성들이 그냥 쥐어다 준 것이 절대 아닙니다.




 그리고 그런 역사를 거치면서 흑인, 여성 등을 포함한 미국 헌법이 정립되었고 해방과 동시에 한국에 그런 미국의 역사가 부여되었습니다. 제가 왜 대한민국을 강조하냐면, 아직도 북한은 남존여비 사상이 강하며, 심지어 김여정이라는 여성 지도자가 김정은 대신 전면에 나올 경우 크게 흔들릴 위험이 있다고 합니다.












 여태까지 인권이나 참정권이 어떻게 이어졌냐면, 과거에는 절대 권력의 왕이나 군주가 존재했고, 시대가 지나면서 지방 권력이나 유력한 신하들의 힘이 쌔지면서 귀족 중심의 정치로 이어졌고, 그런 귀족 중심의 정치가 민중의 힘으로 뒤엎인 것이 미국 독립과 프랑스 대혁명이었고, 세계 대전을 거치면서 여성한테까지 부여된 것입니다.




 앞서 왕권신수설에 대해서 말했죠? 그거 그냥 말한 것일 뿐입니다. 실제로 신이 존재해서 왕한테 콕 찝어서 권력을 주었는지, 하늘이 왕에게 절대적인 권리를 주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냥 과거에는 사람들이 그렇게 믿고, 생각했기에 그걸 따른 것입니다.




 마블 히어로 캡틴 아메리카와 관련된 웃긴 밈이 있는데, 사실 그 사람은 세계대전기의 사람이었죠. 그러니까 '흑인 대통령'이라는 개념은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시대였습니다. 흑인이 노예에서 해방되었긴 했지만 백인과 동등한 권리를 누리게 된 것은 상당히 최근의 일이었거든요.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america/924974.html

흑인 취사병 도리스 밀러는 진주만 침공 당시 직접 대공포를 잡고 일본기를 격추시킨 공로로 크게 인정받았으나, 직접적인 전투병과에는 끝까지 가지 못했으며 2차 대전 중 전사합니다. 최근에 새로 건조하는 항공모함에 이 분의 이름을 붙이기로 했답니다.







 심지어 세계 2차 대전에서조차 흑인은 직접적인 전투 병과로 배치되는 경우가 극히 제한적이었습니다(제가 아는 한 특별히 흑인이 전투병과에서 활약한 일이 없기에 이렇게 말하는건데, 아마 100% 없을 것으로 지레짐작합니다). 흑인들은 세계 대전에 참전함으로서 조국이 그들을 이제 어엿한 미국 시민으로 동등하게 대우해 줄 거라고 생각햇는데, 귀국하고 돌아온 것은 일자리를 뺏길까봐 두려워하던 백인들의 폭력과 횡포였습니다.




 그러니까 캡틴 아메리카가 세계 대전때 냉동인간이 되어 현대에 태어났다면, 흑인 대통령을 보고 '빌어처먹을 나치(독일)가 미국을 먹었나보군!' 이라고 말했을 것입니다.




 유머스럽게 말했지만 한편으로는 무시무시하죠? 이처럼 '인권'이라는 것은 단지 우리가 상상하고, 서로 서로 약속한 것일 뿐입니다. 지금도 여성의 인권을 무자비하게 탄압하는 종교 국가도 있고, 여자까지도 갈 것 없이 북한이나 미얀마처럼 애초에 일반 국민들이 권리를 가지지 못한 국가도 수두룩 합니다.











 제가 누차 말했던 '편견'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 바로 이 인권의 역사입니다. 과거에 인간은 인권이라는 개념이 없는, 왕이 당연히 모든 권리를 누려야 한다는 편견 속에서 살아왔고 오랫동안 지배를 당해왔습니다. 그러나 근대를 거치면서 그런 인식이 급격하게 무너졌고 지금에 이르렀죠. 그러니까 인권이라는 개념도 단지 우리의 상상과 편견의 산물일 뿐이지, 엄청 절대적이고 우주의 근본 원리 같은 것이 아닙니다.




 결국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인간은 결국 편견과 상상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 편견을 허무느냐, 혹은 질병이라던지 큰 전쟁으로 강제로 변화하기도 하고, 우리가 상상하는 것을 뛰어넘는 사상이 나온다면 인간의 상상력이 그만큼 확대되기도 합니다.




 이게 유발 하라리의 핵심 주장인데, 저도 이 <사피엔스>를 읽으면서 매우 크게 감명받았습니다. 관심이 생기신 분은 직접 이 책을 구입하는 것을 적극 추천드립니다.










전쟁사 시리즈

https://orbi.kr/00020060720 - 1편 압박과 효율

https://orbi.kr/00020306143 - 2편 유추와 추론

https://orbi.kr/00020849914 - 번외편 훈련과 숙련도

https://orbi.kr/00021308888 - 3편 새로움과 적응

https://orbi.kr/00021468232 - 4편 선택과 집중

https://orbi.kr/00021679447 - 번외편 외교전

https://orbi.kr/00021846957 - 5편 공감과 상상


https://orbi.kr/00022929626 - 6편 정보전

https://orbi.kr/00023174255 - 7편 실수와 인지오류

https://orbi.kr/00023283922 - 번외편 발상의 전환

https://orbi.kr/00023553493 - 8편 준비와 위기대응

https://orbi.kr/00023840910 - 번외편 비전투병과

https://orbi.kr/00024082234 - 9편 예상과 예측

https://orbi.kr/00024160983 - 10편 신뢰성


https://orbi.kr/00024418374 - 번외편 보안

https://orbi.kr/00024715925 - 11편 기출분석

https://orbi.kr/00025035755 - 12편 파일럿 교육 양성

https://orbi.kr/00025121266 - 13편 인적자원과 교육

https://orbi.kr/00025579054- 14편 설계사상

https://orbi.kr/00026239605 - 15편 독소전쟁

https://orbi.kr/00026862509 - 16편 목적과 효율

https://orbi.kr/00027274206 - 17편 현대전의 발전 양상

https://orbi.kr/00027336409 - 번외편 항공모함 시대의 도래


https://orbi.kr/00027382337 - 18편 러일전쟁

https://orbi.kr/00027503697 - 번외편 기만과 속임수

https://orbi.kr/00027559260 - 번외편 MHRD

https://orbi.kr/00027622118 - 번외편 미래의 전쟁

https://orbi.kr/00027786178 - 19편 의료전선

https://orbi.kr/00028148901 - 20편 중립과 군사력


https://orbi.kr/00028250151 - 21편 장전과 방아쇠

https://orbi.kr/00028339193 - 번외편 음식

https://orbi.kr/00028397136 - 번외편 잠수함

https://orbi.kr/00028594440 - 22편 단순함과 효율

https://orbi.kr/00028616772 - 23편 준비

https://orbi.kr/00028633462 - 번외편 기업가정신

https://orbi.kr/00028751436 - 번외편 단수와 보급


https://orbi.kr/00028918449 - 24편 자율성과 민주주의

https://orbi.kr/00028929569 - 25편 경험과 실패

https://orbi.kr/00028954207 - 26편 문화

https://orbi.kr/00029459571 - 번외편 인디아나폴리스 침몰사건

https://orbi.kr/00030326474 - 27편 낙엽이 지기 전에

https://orbi.kr/00031115960 - 28편 늑대떼와 양떼

https://orbi.kr/00031424411 - 29편 불공평하다


https://orbi.kr/00031680019 - 30편 명분과 세계관, 그리고 편견 (1)

https://orbi.kr/00031924410 - 31편 명분과 세계관, 그리고 편견 (2)

https://orbi.kr/00032009629 - 32편 명분과 세계관, 그리고 편견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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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orbi.kr/00032500068 - 33편 실험과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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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orbi.kr/00022556800 - 번외편 인치와 법치

https://orbi.kr/00024314406 - 6편

https://orbi.kr/00027690051 - 번외편 문과와 이과

https://orbi.kr/00030479765 - 7편

https://orbi.kr/00033799441 - 8편 + <수국비> 광고
https://orbi.kr/00038536482 - 9편 + <수국비> 광고
https://orbi.kr/00038794208 - 10편

https://orbi.kr/00038933518 - 11편 마지막






삼국지 이야기

https://orbi.kr/00024250945 - 1편 일관성과 신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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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수국비> 광고를 좀 하겠습니다.









 최근 댓글을 보게 되었는데요, 얼마나 감사하던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저는 제가 쓴 전자책이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확신합니다. 절대 실망하지 않으시리라 믿습니다.




판매 링크를 살포시...

https://docs.orbi.kr/docs/7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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