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틴 [381817] · MS 2011 · 쪽지

2015-02-15 23:48:20
조회수 8,969

저희 아버지가 요즘 너무 측은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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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엄마,아빠,저랑 등산을갔는데

저는 고도 300m에있는곳이 목표였는데 200m쯤 올라와서 아빠가

힘들어서 여기서 내려가시겠다고 하시는겁니다.

엄마는 저 따라오시겠다고 하니까 아빠가 '그럼 나 혼자 버스타고 갈게'(엄마차 타고왔었습니다)

이러시는거에요. 근데 아빠표정이 정말 너무 측은한겁니다. 아빠의 그런표정 처음봤어요

가라고하시면서 그냥 멍때리고 저희를 빤히 쳐다보는겁니다.

마치 '나를 혼자 두고가지마...' 이런 표정이였어요.

엄마한테 말하니깐 '원래 너희아버지 저렇다고 혼자 잘놀고 멍도 잘때리신다고..' 이러시길래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는데 

계속 아버지의 측은한표정이 아른거리는거에요..

아버지를 두고 엄마랑 5분쯤 올라가다가 도저히 안될거같아서 아빠랑 같이 내려가시라고 하고 저는 등산하고 혼자 집에왔습니다.

저희집 굉장히 화목하고 경제적인 문제도 제가 아는한에서는 없습니다.  아버지 학벌도 좋으시고 직장도 잘다니고계시구요

원래 아버지가 말수가 없으신분이지만 오늘 그 표정보고 되게 많은걸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항상 아버지는 말수도 없으시고 만나는 사람도 별로없고 항상 집에 서재에서 책읽으시면서

간간히 카톡으로 저에게 좋은글귀 보내주시는데...

저라면 재미없어서 아버지처럼 그렇게 못살거같아요. 사람만나는걸 워낙좋아해서..

제 기준으로 생각하니 아버지는 삶의 낙이 없으실거같습니다..

아침에 출근하시고 저녁에 집와서 티비,책좀 보시다가 자는게 일상이시니까요

하 어쨌든 정말 오늘 너무 충격먹었습니다. 그냥 혼자 제가 심각하게 생각하는걸까요

내일아침에 출근할때 아버지 사랑한다고 한마디 해드려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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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죄수생3 · 530891 · 15/02/15 23:51 · MS 2014

    둏아요 꾸욱-

  • AWOE · 489258 · 15/02/16 00:00 · MS 2014

    어느 순간 그런때가 있더라구요 저도 뭔가 말하기 힘든 감정이 느껴져서 제방 들어와서 울어본적도 있어요 철드는 과정이 아닐까하고 생각합니다

  • KTX관악행 · 552635 · 15/02/16 00:21 · MS 2015

    중년남성의 심적 외로움은 상당하대요 아버지 잘챙겨주세요

  • 지식의망치 · 429603 · 15/02/16 00:32 · MS 2012

    아 오늘 아버지께 4가지 없게 굴엇는데 말이죠 그럴려고 한게 아닌데 ㅠ

  • 공산주이 · 556344 · 15/02/16 00:37 · MS 2015

    나를 혼자 두고 가지 마..........

  • 미분적분공도벡 · 475316 · 15/02/16 00:39 · MS 2013

    공감.. 우리 아버지의 삶의 낙은 무엇일까요 매일 일만하시고 외롭게 살아가시는데ㅠ

  • 착학에 · 472770 · 15/02/16 07:19 · MS 2013

    등산은 진짜 힘드셔서 그런거아닐까요ㅋㅋ
    등산빼고는 많이 공감갑니다ㅏ

  • 암행어샤 · 507899 · 15/02/16 08:22 · MS 2014
    블라인드 처리된 댓글입니다.
    -
  • 그린에버 · 502005 · 15/02/16 10:16 · MS 2014

    아버님이 맘 따뜻한 아드님을 두셨네요^^. 우리 세대라면..열심히 공부하고, 부모노릇한다고 노는 법 모르실테고 ㅎㅎ과묵하시고 책임감 강하신 아버님들이 외로우실 수 있어요. 그걸 느낄 수 있는 아드님이 있어 행복하시겠어요. 그 마음 많이 표현하세요~~~~.
    그게 가장 힘이 되실테니...

  • 멋진하루 · 544789 · 15/02/16 10:24 · MS 2017

    아빠랑 매주 운동 하세요. 아마 아빠가 운동량이 적어서 체력이 많이 약해 지신 것 같네요. 효자 아들이시네요.

  • yk3odsg4 · 259994 · 15/02/16 11:18 · MS 2008

    남자들은 나이들어 직장떠나면 본격적으로 외롭습니다. 직장생활이 중년의 전부라 직장이 없어지면 급격히 늙고 약해진다고 보시면 되요. 퇴직이 가까오면서 부터 가정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과 외로움이 커진다고 하니 자식입장에서 많이 이해가 필요합니다.

  • 9ueen · 541426 · 15/02/16 12:24 · MS 2014

    요즘 명절이 다가오니까요...
    저희 아버지도 명절만 다가오면 유독 스펙트럼이 크시더라구요.

  • 루카루스 · 484778 · 15/02/16 12:43

    아버지가 담배를 끊어서 그러신거 아닐까요?? 담배피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저희 아빠도 금연중이신데 화도안내시고 착해지고 힘도없어보이고 엄청 조용해지셨어요

  • 지식의망치 · 429603 · 15/02/16 12:58 · MS 2012

    ㅇㄱㄹㅇ

  • 인절미설빙 · 374574 · 15/02/16 19:10 · MS 2011

    앞을 가리는 안대를 벗어야 되는 현실에 적응할 때 좋은 버릇이 돼 아버지를 이해할 때 넌 어른이 돼
    -beyond the wall (다듀)

  • 세월이가면 · 544053 · 15/02/16 19:27 · MS 2014

    멋진 아들입니다. 오늘 중3 딸 졸업식에 갔더니 교장선생님 축사 중 " 여러분이 사람을 뽑을 자리에 있다면 효자를 뽑아라" 라고 하더군요...참으로 맞는 말이구나 싶네요... 우리 고3 올라가는 아들은 언제 철 들까 생각중입니다..나이가 들수록 부모는 자식이 첫째로 생각되네요...

  • 대학됫으면 ㅠ · 513314 · 15/02/16 23:28 · MS 2014

    아 근데 진짜 차마 부모님한테 사랑한다고 말씀드리기가 힘든거 같아요 ㅠ
    글쓴이분 사랑합니다라고 꼭말씀하세요!!

  • 청포도 마시쪄 · 528572 · 15/02/17 02:43 · MS 2014

    아빠랑 나 재수 문제로 누워서 껴안고 얘기하는데 인생에 노력없이 되는건 없다고 내 이름부르면서 아빠가 살아오면서 느낀거얘기해주면서 우시는데...진짜 내가 엄청난 불효를 저질렀다는걸 깨달음

  • 사각함수 · 537699 · 15/02/17 14:23 · MS 2014

    효자십니다.. 이런 아들 둔 아버지는 행복하시겠어요! 저도 글쓰신분께 배우고갑니다!

  • 파브르식물기 · 367405 · 15/02/21 15:41 · MS 2011

    에휴...우리아빤줄...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