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역사 잡지식 54 : 한글 창제 이전의 한국어
종종 '한글=한국어'라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꽤 있죠
하지만 한글은 문자의 일종이고, 한국어는 언어의 일종입니다
한글과 한국어가 같은 말이라면, 우리 조상들은 제대로 된 말 없이 살았다는 게 되니까요.
그럼 한글 창제 이전에는 한국어를 표기했느냐?
이두, 구결, 향찰 등등 여러 가지 들어보셨겠지만
대전제는 거의 동일합니다.
바로 '한자의 뜻이나 음을 빌려 한국어를 표기한다.'라는 것이죠.
현재의 일본어와 비슷하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일본어에서 지금까지 훈독과 음독을 나누는 것처럼, 옛날에는 그런 식으로 한국어를 표기한 거죠.
(이 때문에 고대 한국어 표기법과 일본의 가나 사이의 연관성이 있을 거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요건 제가 잘 몰라서 넘어가는 걸로 하죠)
하나 정도 예를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삼국유사>에 보면 다음과 같은 기록이 나옵니다.
"원효가 (경주) 남산에서 내려와 문천을 걸었는데, 이 문천은 사천, 또는 연천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문천이 사천이고, 사천이 연천이라는 겁니다.
한 장소를 가리키는 말이라기엔 너무 이질적이라는 생각이 들죠
여기서 고대 한국어의 시각을 적용해 보도록 합시다.
사천은 모래 사(沙) 자에 내 천(川) 자를 쓰고,
연천은 해 년(年) 자에 내 천(川) 자를 씁니다.
사천의 '사' 자는 '새' 정도의 발음이 났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연천의 '연' 자를 뜻으로 읽으면 '해'가 됩니다.
('천' 자도 뜻으로 읽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면 '새내'와 '해내'가 되었군요.
지역적 배경까지 더해보겠습니다.
경상도 방언에서는 ㅅ과 ㅎ의 발음의 경계가 희미한 양상이 나타납니다.
(형님을 성님이라 한다던가, 힘을 심이라 한다던가...)
그럼 두 단어의 발음이 거의 동일한 것으로 나타나게 되죠.
그렇기에 뜻도 음도 완전히 달라 보이는 '사천'과 '연천'이 동일한 개천을 가리키는 말로 통하게 된 것입니다.
...어떤가요
왜 세종대왕님께서 한글을 창제하려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나요?
오늘은 어린이날이지만, 세종대왕님 만세 외쳐보겠습니다
----------여기부터는 사족----------
그럼 '문천'과 '새내' 사이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문천의 '문' 자는 'ᄆᆞ' 정도의 발음이 났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옛말로 '새'는 동쪽을 의미했고, 'ᄆᆞ'는 남쪽을 의미했거든요.
(동풍을 '샛바람', 남풍을 '마파람'이라고 부른다는 걸 생각해 보시면 됩니다.)
해당 개천은 경주 월성을 기준으로 동쪽에 있는 토함산에서 물길이 시작됩니다.
그러니까 '새내'라고 불렸던 거구요.
해당 개천이 월성 근방을 지날 때쯤엔 월성의 남쪽을 흐릅니다.
그러니까 'ᄆᆞ내'라고 불렀던 거에요.
대충 아래 그림 느낌
* 제 전공 분야는 아니라 오류가 있을 수 있슴미다 오류 지적 환영
[오늘의 역사 잡지식 1 : 서동요와 선화공주] https://orbi.kr/00037641895
[오늘의 역사 잡지식 2 : 축성의 달인 가토 기요마사] https://orbi.kr/00037667479
[오늘의 역사 잡지식 3 : 진평왕의 원대한 꿈] https://orbi.kr/00037964036
[오늘의 역사 잡지식 4 : 앙리 4세의 유언] https://orbi.kr/00037996176
[오늘의 역사 잡지식 5 : 신항로 개척과 임진왜란] https://orbi.kr/00038174584
[오늘의 역사 잡지식 6 : 일기토] https://orbi.kr/00038313181
[오늘의 역사 잡지식 7 : 라스카사스 - 반식민운동과 노예 장려] https://orbi.kr/00038777847
[오늘의 역사 잡지식 8 : 동방의 예루살렘, 한국의 모스크바] https://orbi.kr/00039353742
[오늘의 역사 잡지식 9 : 마라톤 전투의 뒷이야기] https://orbi.kr/00039446583
[오늘의 역사 잡지식 10 : 투트모세 4세의 스핑크스 발굴] https://orbi.kr/00039547389
[오늘의 역사 잡지식 11 : 천관우-한국사학계의 먼치킨] https://orbi.kr/00039562829
[오늘의 역사 잡지식 12 : 연천 전곡리 유적] https://orbi.kr/00039716742
[오늘의 역사 잡지식 13 : 고대 문자의 보존] https://orbi.kr/00039737161
[오늘의 역사 잡지식 14 : 쿠릴타이=만장일치?] https://orbi.kr/00039810673
[오늘의 역사 잡지식 15 : 러시아의 대머리 징크스] https://orbi.kr/00039858565
[오늘의 역사 잡지식 16 : 데카르트를 죽음으로 이끈 여왕] https://orbi.kr/00039928669
[오늘의 역사 잡지식 17 : 권력욕의 화신 위안스카이] https://orbi.kr/00040043207
[오늘의 역사 잡지식 18 : 간단한 기년법 정리] https://orbi.kr/00040188677
[오늘의 역사 잡지식 19 : 4대 문명이라는 허상?] https://orbi.kr/00040209542
[오늘의 역사 잡지식 20 : 토머스 제퍼슨의 토루 발굴] https://orbi.kr/00040310400
[오늘의 역사 잡지식 21 : 그들이 생각한 흑사병의 원인] https://orbi.kr/00040332776
[오늘의 역사 잡지식 22 : 홍무제랑 이성계 사돈 될 뻔한 썰] https://orbi.kr/00040410602
[오늘의 역사 잡지식 23 : 영정법의 실효성] https://orbi.kr/00040475139
[오늘의 역사 잡지식 24 : 상상도 못한 이유로 종결된 병자호란] https://orbi.kr/00040477593
[오늘의 역사 잡지식 25 : 상나라의 청동 기술] https://orbi.kr/00040567409
[오늘의 역사 잡지식 26 : 삼년산성의 우주방어] https://orbi.kr/00040800841
[오늘의 역사 잡지식 27 : 익산이 백제의 수도?] https://orbi.kr/00040823486
[오늘의 역사 잡지식 28 : who is 소쌍] https://orbi.kr/00040830251
[오늘의 역사 잡지식 29 : 석촌동의 지명 유래] https://orbi.kr/00040841097
[오늘의 역사 잡지식 30 : 광개토왕비(1) 재발견] https://orbi.kr/00040874707
[오늘의 역사 잡지식 31 : 광개토왕비(2) 신묘년조 발견] https://orbi.kr/00040947507
[오늘의 역사 잡지식 32 : 광개토왕비(3) 넣을까 말까 넣을까 말까 넣넣넣넣] https://orbi.kr/00040958717
[오늘의 역사 잡지식 33 : 쌍팔년도] https://orbi.kr/00040959530
[오늘의 역사 잡지식 34 : 광개토왕비(4) 여러분 이거 다 조작인 거 아시죠?] https://orbi.kr/00040970430
[오늘의 역사 잡지식 35 : 광개토왕비(5) 텍스트의 한계를 넘어] https://orbi.kr/00040997516
[오늘의 역사 잡지식 36 : 발해 왕사 미스터리] https://orbi.kr/00041005448
[오늘의 역사 잡지식 37 : 도조 히데키의 마지막 작전] https://orbi.kr/00041049555
[오늘의 역사 잡지식 38 : 수상한 반란] https://orbi.kr/00041114108
[오늘의 역사 잡지식 39 : 숨겨진 전쟁, 2차 여요전쟁] https://orbi.kr/00041175117
[오늘의 역사 잡지식 40 : 중국에서 발견된 단군신화?] https://orbi.kr/00041200103
[오늘의 역사 잡지식 41 : 홉스 왕립학회 짤린 썰] https://orbi.kr/00041234691
[오늘의 역사 잡지식 42 : 이사부의 성씨] https://orbi.kr/00041392205
[오늘의 역사 잡지식 43 : 대통령이 된 과학자] https://orbi.kr/00041412750
[오늘의 역사 잡지식 44 : 고구려의 국성은 해씨?] https://orbi.kr/00041584826
[오늘의 역사 잡지식 45 : 가톨릭 두쪽나다, 아니 세쪽?] https://orbi.kr/00041754585
[오늘의 역사 잡지식 46 : 이 성유물을 거짓이다!] https://orbi.kr/00041867048
[오늘의 역사 잡지식 47 : 슬픈 변경] https://orbi.kr/00041921792
[오늘의 역사 잡지식 48 : 사냥꾼인가 처리반인가] https://orbi.kr/00041987200
[오늘의 역사 잡지식 49 : 장수의 비결?] https://orbi.kr/00042601633
[오늘의 역사 잡지식 50 : 광해군의 중립 외교?] https://orbi.kr/00043677568
[오늘의 역사 잡지식 51 : 프리드리히의 비밀] https://orbi.kr/00054442499
[오늘의 역사 잡지식 52 : 원쑤가 된 북한과 중국] https://orbi.kr/00054997784
[오늘의 역사 잡지식 53 : 흔한 국왕의 드립력] https://orbi.kr/00056394074]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미계정의로 풀다가 도저히 안 돼서 도함수극한으로 풀었는데 답지도 도함수극한으로...
-
지원되지 않는 컨텐츠라는데
-
스카에 4명있는데 2명이 킁킁빌런임 미친다..
-
배라 이달의 맛 9
초코 종류가 많은 듯 워낙 초코가 지지층이 두꺼워서 그런가 저도 초코 조아해여...
-
통통이 3등급 1
안정적인 3등급 받으려면 몇번은 꼭 맞아야할까요… 진심 남은 기간 열심히 해서 3등급이라도 받고싶다
-
지금까지 전형태 올인원 클리어 기출 n제 다했는데 이번에 김승리 아수라 시간표에...
-
만표 몇 뚫어요
-
…뭐고 정상화 해야겠지..?
-
과탐 원과목 망하게한 주범 ㅇㅇ
-
언매 만표 150 가보자고
-
사탐런? 물2? 0
물지러인데,, 9평때 비역학 1개 나가서 3떴는데,,, 내년에 사탐을 해야하나,,...
-
크으응ㄱ으ㅡ그ㅡ그ㅡ으으ㅡ으ㅡㅡㅡ으으으으으윽 으으으으으ㅡ으그극극그ㅡ그극...
-
ㅈㄴ인상적으로 어려웠던것들 몇회차임?
-
평가원 문학 정답률 30% 만드는 법(+관동병곡 간단한 문제) 18
관동별곡 본사 2-3 고셩을란 뎌만두고 삼일포를 차자가니 단셔는 완연하되 사션은...
-
아직도 아프네,,,
-
40일 벼락치기 간다
-
보통 매개변수 미분 문제에서 dy/dx를 구하라고 주잖음. 여기서 반대로...
-
강x 11회 22번 길이 극한값 그냥 루트째로 미분했는데 공통에서...
-
[노베이스 40일 반수 도전합니다] https://orbi.kr/00068773206 계획서입니다
-
어제산건데..........
-
낭만가득 시골생활
-
도루코 <-- goat
-
??
-
독해 양 늘릴려고 이 책 구매할려고 하는 데 어려운가요? 어려우면 오히려 좋습니다
-
개춥네
-
아님 정의되지 않음?
-
나 이학교어케왔지
-
4000부 판매돌파 지구과학 핵심모음자료를 소개합니다. (현재 오르비전자책 1위)...
-
어려운 것만 다시 보고 싶은데 뉴런 괜찮을까요?
-
여름이 너무 덥다는 유저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가을의 온도를 다소 낮추었습니다....
-
"등속도 원운동" 10
놀랍게도 국어 ebs에 잇엇던 말 ㅋㅋ
-
수능이그립다.. 그리고 후회된다 여러가지 후회 그래서 너무 괴롭다.. 10월의...
-
해리스는 60%, 트럼프는 47%…이 두 숫자가 美대선 가른다 [미 대선 D-30 | View] 1
‘60’ 그리고 ‘47’. 오는 6일로 정확히 30일 앞으로 다가온 11ㆍ5 미국...
-
매일 기다리는 신호등에 나무그늘 위치가 달라짐
-
나만 헷갈림? ㅋㅋ 계속 인테그랄이랑 헷갈려서 무의식적으로 시그마 n에다가 1넣고...
-
간단한 미적분 문제입니다 덕코 그지여서 상금 내려갔으니 양해부탁드립니다;; 난이도 : 2.5/5
-
저 12시에 자고 6시에 일어났는데 너무 피곤해요.. 중간에 계속 깨서 그런가
-
ㅅㅂ 겨울임? 6
뭐임,,
-
보통 환절기에 눈물콧물흘리고 재채기 열심히 하다보면 갑자기 수능이 50일 후고...
-
늑대다아ㅏ아ㅏ아아!!!!!!!!!!!!!!!!!! 18
늑대가...
-
씹 소름돋네 0
밖에 나와서 한숨 푹 쉬니까 입에서 입김 나옴 분명 2주 전까지만 해도 밖에 나와서...
-
입김이 나온거 같은데 기분탓이겠지? 다들 따듯하게 입고 다니셔요
-
얼버기
-
세특보고서 작성 어케 하나요? 고1인데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써오라는거 정도 하고...
-
좋은 아침이에용 1
오늘도 열심히 해봐용
-
떠나가요~ 3
아주 먼 곳으로~
하나이면서 하나가 아닌… (새내라 쓰고 해내라 읽는다…? 반댄가…)
저 이런게 너무 재밌어서 언어학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이 가더라구요,, 언어학과 가면 되게 재밌을듯
저도 언어학 관심이 꽤 있긴 한데, 여기 와서 보니 고대사 연구할려면 하기 싫어도 해야 겠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