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해서 전문대를 왔다.
현역 고3 수능을 마치고 담임 선생님과의 면담
"이정도, 이정도 학교? 그런데 탈락할수도 있고 추합될수도 있고.."
"선생님, 전 그냥 올해 열심히했으니까.. 그냥 A대 갈 생각도 하고 있어요."
선생님은 내 머리를 쓰다듬더니 살며시 미소를 띄며 말하셨다.
"학벌이 너의 발목을 잡을수도 있어. 족쇄가 될수도 있단거지.
너라면 1년 더 하면 충분히 올릴수 있을것같다."
나는 후회없던 1년을 보냈기에 그 말이 고깝게 들리진 않았다.
물론, 절대적 기준으로 공부를 열심히 한건 아니였다.
단지 내 생에 있어 날 극한으로 밀어붙였던건 거의 고3이 처음이였으니까.
그래서 난 여전히 고3의 생활을 고통스럽지만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그렇게 시작한 재수생활, 하루하루 무기력. 하루하루 우울.
내 재수생활 1년을 요약한다면 저 두 단어가 가장 핵심이 아닐까.
그렇게 지나간 1년의 결과치는 현역때보다 더 떨어진 성적.
갑자기 담임 선생님이 원망스러워졌다. 내가 A대에 가겠다고 했을때 말리지만 말았으면 하는 책임감 떠넘기기.
난 결국엔 A대에 왔다. 심지어 더 떨어진 성적으로.
그리고 현역 정시 모집땐 원서접수를 안해봐서 몰랐는데, 난 인서울 4년제에 갈 수 있었던 성적이였다. 물론 하위권대학이였지만 말이다.
그때 선생님이 나에게 말하며 보여준 대학과는 너무나 큰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후회를 할 겨를없이 난 집앞 인서울 A전문대에 진학했다.
사실 삼수를 하고 싶었다. 그러나 1년의 패배의 깊이는 생각보다 컸다.
그래서 난 그냥 반수를 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가볍게 어문계열 아무과나 선택했다.
그리고 아무 생각없이 3개월을 지냈고 개강을 했다.
내가 개무시했던 전문대인데, 내가 따라가질 못하고 있다.
어떤 말을 하는지 모르겠고 무슨 말을 하길래 애들이 웃는건지 모른다.
반수하겠다며 과행사도 다 나가질 않아 이미 끼리끼리 뭉쳐있는 애들을 보면 혼자 2인 책상을 쓰고 있는 내가 부끄러워진다.
나와서 이게 무슨뜻인지 발표를 하고, 단어 뜻을 쓰고, 바로 작문을하고 그런 과정이 너무 괴롭다.
내가 개무시했던 전문대의 애들보다 내가 더 못한다는게 느껴지는게 너무나 괴롭다. 정말로.
'자퇴하고싶다' 하루에도 몇천번, 아니 몇만번이나 되뇌이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여기서 자퇴한다고해서 나아지는거라곤 없다.
그러다 새벽5시까지 단어를 외우고, 기본 철자를 외우며 느꼈다.
심장에서 뜨거워진 혈류를 느꼈다. 오글거릴지도 모르지만 정말 오랜만에 느꼈다.
항상 삼류인생을 살았던 내가 새벽5시까지 철자공부를 하고, 9시 수업을 나가는 날이면
약간 기분좋은 피곤함에 아주 희미한 기쁨이 올라온다.
나는 이겨낼것이다. 맨날 지는게 습관이 됐었으니까.
이겨내보고 싶다. 치열한 1학기를 마치고, 수능에 대한 마지막 도전을 할것이다.
여전히 아침에 일어날때마다 진심으로 울고싶어 미칠것같지만 이겨낼것이다.
전문대에서 반수하는게 내가 생각해도 너무나 실소가 터지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그래도 이겨내보고 싶다.
뻘글 죄송합니다. 일기장입니다...
그리고 제 주제에 전문대를 너무 깍아내려 죄송합니다 . 댓글 달아주지말아주세요 ㅠㅠ
상처받을것같아요 물론 글도 안보시겠지만 ..... 다들 화이팅하세요!^^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ㅇㅇㅇ님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여? 난 솔직히 슬슬 돌아올때가 된거 같은데... 예전...
화이팅입니다..
그 마음가짐이 수능 때 까지가서 좋은결과 얻으시길
응원 감사합니다. 건방떨지마라님도 좋은 결과 있으시길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이겨낼 것이다. 맨날 지는게 습관이 됐었으니까..
이 문장 와닿네요.ㅠ 힘내셔요! 원하시는 목표 꼭 이루시길, 응원하겠습니다.
넵 감사합니다. 화무십일홍님도 목표 꼭 이루시길 진짜로 바랄게요.
감사합니다.^^
잠은 제대로자세요 결국 공부에독이됩니다아
잠을 제대로 자고 싶은데, 잠이 알아서 줄여지더라고요...
좋은 조언 감사합니다~ Art149님도 숙면 잘 취해서 좋은 결과 얻으시길바랍니다!
그대라는 꽃이 피는 계절은 따로 있다.
아직 그때가 되지 않았을 뿐이다.
그대, 언젠가는 꽃을 피울 것이다.
다소 늦더라도 그대의 계절이 오면
여느 꽃 못지 않은 화려한 기개를
뽐내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고개를 들라.
그대의 계절을 준비하라
도서관 갔다가 맘에 와닿는 구절 보이길래 써봤어요 ㅎㅎ 힘내세요
갑자기 눈물이 날뻔했어요.. 남자인데...
너무 감사합니다.. 토니oo님도 도서관 열심히 다니셔서 원하시는 결과 얻으시길 바랄게요!
실례지만 어느책에서 보신건지 여쭤봐도 될까요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책이에요 ㅎㅎ
아... 그 책
응원할게여~^^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
충분히 이겨내실거같아요ㅎㅎ
노력을 외면하는 결과는 없대요~
끝까지 열심히해요 우리
힘내세요!! 저랑 상황이 비슷하네요ㅠㅠ 저도 현역때 인서울 갈성적이 나왓었는데 재수하고 망해서 ㅠㅠ 다시 삼수하고있는데 힘드네요 현역때 그냥 갈껄 하고 후회도 되고요 서로 힘내요!!
전문대좆밥들은까도됍니다 허ㅏ이팅
인성수준..학벌주의도 정도껏해야지
응~
같이 화이팅합시다!
전문대다니면서 오르비하는분이 있을까
ㅋㅋㅋㅋ 삼수실패하고 사수하려고했는데 부모님께서 제발 집앞에 가까운전문대라도 반년만다녀보라고 하더군요.. 어짜피 등록금도 안내고 진짜 자존심 무너지고 쌍 쪽팔리고 자살각인데
일단은 올4,5등급이 가는 수도권 전문대 다니고있습니다...ㅎㅎㅎㅎㅎㅋㅋㅋ
저는 딱반대네요 그냥 삼수때 컨디션관리못해서 폭망하고 그냥 임데나가자했었는데 한번더해보라고하셨어요
이제는 해내세요
ㅠㅠ
습관과 태도가 수능 이후에도 많은 도움이 될 거에요!!! 고진감래!! 당신을 응원합니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