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수에 대하여..(이렇게 살지 마세요)
좀 길어질지도 몰라요..스압주의!!
저는 올해 반수 성공해서 두번째로 새내기가 되는 21 여자사람입니다. 아직 한군데밖에 발표가 안나서 정확히 어느대학을 갈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요.
고등학교땐 꽤 공부를 잘했어요. 모의고사 내신 한번도 전교1등 놓쳐본적이 없거든요. 필요하시면 인증해드릴 수 있어요. 수능도 사탐말곤 잘본 편이었죠. 2015수능 국영수 원점수가 94 96 100이었거든요. (한국사랑 세계사는 망했어요..둘다 3떴습니다ㅠ 한문이 2떴구요.) 하튼 수시 5개 다 떨어지고 가나군도 광탈되고 다군 추합으로 모 대학에 가게 됐어요.
자존감이고 뭐고 그때 제 상태는 누가봐도 바닥이었어요. `일단은 보란듯이 서울대학교 사과대에 가겠다’는 일념 하나만으로 지옥같았던 고등학교 생활을 견뎌왔는데 그게 산산조각이 나버리니까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더라구요. 멘탈이 강하지 못해서 그런거였겠지만 하여튼 죽은듯이 잠만 잤어요.
딱 대학에 붙었을 때, 제 주위사람들 모두가 반수는 선택이 아니라 의무라고 이야기했고 저도 반수를 당연하게 받아들였어요. 대학생활을 할 준비는 하지도 않았어요. 한 학기만 다니고 바로 휴학할 생각이었거든요. 그렇게 아무 준비도 없이 제 첫 새내기 생활이 시작됐죠.
1학기 초에는 하드코어 아싸인생을 살았어요. 신입생 관련 행사는 하나도 안 갔고 과선배들하고도, 동기들하고도 교류는커녕 아는사람도 없이 지냈죠. 그렇게 3월 한달을 살고나니 너무 외롭더라구요. 혼밥에 독강 그거 쉬운 일 아니에요 진짜로. 흔들리기도 했구요. 주위 반수하는 애들 말 들어보니까 저처럼 하드보일드 아싸로 사는 경우는 거의 없더라는 게 결정타였습니다. 그래서 평소 관심있었던 중동에 들어갔어요.
어쩌다보니 15동기 중에 저혼자 여자(원래 여초였는데 애들이 군기잡는거 마음에 안든다고 다 나감..)여서 되게 선배들이 잘해주셨어요. 대학생활의 재미를 알게되니까 갈수록 반수할생각이 사라지더라구요. 과생활은 진짜 전공수업만 딱 들었던것같아요. 교양이야 어차피 들어야 하는 거고.. 동아리만 겁내 열심히 하구요. 반수를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계속 고민했지만 아직 확실치 않으니까 남들한테는 안 할거라고 했었죠.
그러다가 1학기말? 한 6월쯤에 학교에서 무슨 일이 터졌고(상당히 개인적인 사건이라 쓰기가 뭐하네요..) 그 일을 겪으면서 아 반수해야겠다 그렇게 마음이 굳어졌어요. 그래서 아는 사람들한테 반밍아웃하고 여름방학때부터 잠수를 탔죠.
대학생활때 기억나는 거 첫번째는 제가 되게 염치없는 인간이었다는 거에요. 사실 그때 제가 우울증이 되게 심했어요. 약물치료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정신과에 거부감이 들어서 안갔거든요. 하튼 의욕도 없고 하고싶은 것도 없고 밥도 먹기 싫고 학교도 가기 싫고 막상 학교에 가도 공강때 갈데도 없고 가고싶은 곳도 없어서 부실 아니면 빈 강의실에서 죽치고 있었어요. 그러다보니 동아리 언니오빠들이랑 많이 친해졌고 인생 상담도 자주 했던 것 같아요. 그분들이 저한테 뭔가 사주기도 많이 사주셨구요. 반밍아웃할때는 몰랐는데 지금 와서 보니 그분들이 저한테 느낀 배신감이 장난 아니었을 것 같아요. 말 한마디 없이 반수선언하고 잠수타버린게 정말 예의없는 짓이었던 것 같아서 너무 죄송하더라구요. 그래서 연락해보고 싶은데 연락도 못해보고 있어요ㅠㅠ
두번째는 동아리 동기들이랑 제 관계였죠. 사실 거기에 좋아하는 애도 있었고 나름 친하게 지내는 애도 있었는데요.. 제가 낯을 심하게 가리는데다 사교성도 좀 부족해서 막 다가가고 이런 걸 못했어요. 그렇다고 얘네가 절 적극적으로 끼워주지도 않았죠. 항상 우물쭈물하면서 주변인처럼 겉도는 분위기가 되니까 나중에는 제가 동기들을 피하게 되더라구요. 한창 우울했던 때라 말도 잘 안했어요. 단답형 장난아니었고 그나마 좋아했던 애랑 좀 친했던 애한테만 말 길게 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계속 동기들이랑 친해지고 싶었어요. 축구 얘기밖에 안 하고 술자리에서 맨날 폭탄주 말아주고 여자라고 무시하고 안 끼워주고 그래도 동기들이잖아요. 학교에 아는 사람들이라곤 동아리 사람들뿐이라 더 그랬던 것 같아요. 그래도 뭐 제 마음속까지 얘네가 아는 건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갈수록 동기들이랑 겉돌게 됐고 언니오빠들은 동기들을 혼냈죠. 사실은 안 다가간 저도 잘못이 있었는데 걔네만 혼내니까 전반적으로 저를 혹처럼 여기는 분위기가 됐어요.
처음 동기단톡방에서 반밍아웃했을 때도 `응 그래 파이팅’ 이정도도 아니고 `제발 성공해서 돌아오지 마라’이런 분위기였고 그나마 저랑 좀 친했던 애들도 싹다 저를 쌩까기 시작했어요. 1학기 마지막 행사에서는 아예 기장이 저 따로 불러서 `반수한다니까 말인데 동기들 다 너 탐탁찮아했었다. 반수 실패해도 동아리로 돌아오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딱 얘기해버리더라구요. 언니들이 이별주라면서 술을 좀 먹인상태라 많이 취해있었는데 그 말 듣고 딱 정신이 들었어요. 그래서 짐챙겨서 바로 나와버렸어요. 이제 제 자리도 없는데 그 자리에 더 있을 자신이 없어서요.
뭐 하여튼 그렇게 제 반수생활이 시작됐습니다. 별로 막 바람직한 수험생활은 아니었어요. 먼저 복장은 언제나 체육복이었습니다. 학교 체육복만 입고 다녔어요. 앞머리 까고 체육복 위아래로 입고 추우면 파카 좀 걸치는 정도였죠. 누가봐도 개폐인이었는데 사실 그땐 학원에 이미지 관리하러 간 게 아니라 별로 쪽팔리지 않았어요.(지금와서 생각하면 아오 죽을것같아요.학원 다닌 4개월이 인생흑역사 끄으으..)
하여튼 7월에 들어가서 반짝 열심히 하다가 8, 9월은 만화 콘티에 미쳐서 지냈고(4시에 수업끝나면 자습시간 내내 콘티만 짰습니다.이때 구상한게 한 120개정도 돼요) 추석때는 미친듯이 놀았고 10월초에 가서야 정신차렸죠. 웹툰도 10월까지 봤어요. 집에서 학원까지 지하철 40분거리였는데 왔다갔다 80분동안 초록 파랑 빨강 오만사이트 다 돌아다니면서 웹툰을 봤어요. 선척적으로 만화광이라 포기를 못 하겠더라구요. 미쳤다구요? 네 뭐... 사실 저도 알고 있어요. 그래도 학원가서는 안 했다구요. 핸드폰 꼬박꼬박 냈어요..ㅜㅜ
하튼 10월에 사설모의 한 번 보고서야 정신차리고 다시 공부를 하기 시작했어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연계교재 제대로 안 봤어요. 수특은 앞에만 조금 풀었고 인수는 안 봤고 수완도 제대로 안 했어요. 한 5번 풀고 얼마 안했다 이런 기만이 아니라 진짜 literally 안했어요. 연계교재 끝까지 다 푼 거는 수완 한국사 세계사 한문1밖에 없어요. 그것도 두번이상 본거는 수완 한문뿐이구요. 나머진 중고서점에 갖다 팔려고 쟁여놨는데 필요하신 분은 연락주세요.
아니 뭐 연계교재 안 봤다고 공부를 안 한 건 아니에요. 저는 엄마 혓바닥만 죽어라고 풀었거든요. 국어영어는 문제풀 때 어떻게 할 지 혓바닥으로 연습하는 게 주였고 수학은 엄마 혓바닥이랑 학원쌤등이 주시는 문제만 붙잡고 있었어요. 사탐은 정리하는 데 집중했구요.
아참 자소서는 당연히 썼죠. 그치만 광탈됐으니까 말 안할래요.
어쨌든 여차저차해서 수능날이 됐어요. 스스로 공부를 뭐같이 했다는 걸 아니까 별 기대 안 했어요. 서울대는커녕 서성한 하위과 쓸 성적이라도 나오면 감사하겠다, 학원에서 본 모의고사대로 연고하위과 쓸 성적이 나와주시면 정문에서 맨날맨날 절해야겠다, 그런 마음으로 시험을 쳤는데..
결과가 생각보다 잘 나온 거에요!
등급만 까자면 1 2 1 1 1 1 이렇게 나왔어요. 사탐은 한사세사였구요. 지원대학은 설간호 고보정 중간호 이렇게 썼어요. 현재 중대간호 합격한상태구요.
그렇지만 이글은 절대 여러분한테 `야씨 이렇게 놀아도 수능 점수 잘나오니까 괜히 삽질하지 말고 걍 놀아!’이럴 의도로 쓴 게 아니에요.
한문제만 더 맞으면 원하는 과를 쓸 수 있었을 텐데 내가 띵가띵가 놀 시간에 공부를 했으면 그 문제를 맞췄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반수하는 여러분은 그러지 말라고 쓴 거거든요.
하튼 이제 다른 대학으로 옮기게 되는데 좀 걱정이에요.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낯을 심하게 가리거든요. 인싸가 될 생각은 없지만 아싸가 되고 싶지도 않아요. 나이도 한 살 많고 그러니까 어떻게든 잘 적응하고 싶어서 이것저것 다 참여하려고 하는데요 그러다보니까 문베가 하나 있더라구요.
바로 장기자랑!
오 하느님 맙소사 저는 춤을 못 춰요. 드림하이 플래시몹을 하는데 그 동작 다 외우는 데만 꼬박 한 달이 걸렸구요 좋아하는 ㅅㅇㄴ 오빠들의 산소같은 너 춤도 아직까지 못외웠어요.. 셜록이나 뷰 같은 건 엄두도 못 내요 ㅎㄷㄷ
하튼 막 춤을 출려고 하면 뻣뻣하게 굳어서 뭔 통나무가 흔들흔들하는 느낌이라 제가 춤을 추면 판 다 깨질 거래요.(가장 친한 친구들의 무서울정도로 솔직한 평가에요..)
그런데 노래는 좀 부르거든요. 성량이 풍부하다거나 소울이 충만한 건 아니고 그냥 목소리가 맑대요. 동요부르기 좋은 목소리 있잖아요.
그래서 장기자랑때 노래를 하려고 하는데요..
1. 쫄지않고 실수없이 잘 끝내는 법..
2. 동요부르기 좋은 목소리에 어울리는 노래
좀 알려주세요 여러분들..ㅜㅜ부탁드려요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3승하실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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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던 반수러 좋아요 하나 박고 갑니다 총총
서울대가세여!
1번에 다른 사람들은 생각보다 님에게 관심이 없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음.
저는 노래를 못하는 편인데(주변 친구들 중 하위 30%일 듯) 그냥 노래 불렀고 분위기는 그냥저냥 괜찮았었고 랩했던 사람도 있었는데 솔직히 내가 봐도 못했는데 이쪽도 분위기 괜찮았고 정말 축쳐지는 발라드 부른 사람도 있었는데 이쪽도 분위기 괜찮았고 뭐 하여튼 정말 다른 사람에게 관심 없어요. 마음에 부담을 갖지 마세요.
ㅠㅠ감사합니다ㅠㅠ
기승전 엄마 혓바닥
와 다읽었는데 노래추천글이라니.. 글 좀 쓰시네요
필력 대단하심.. 장기자랑 이걸로 하면 될듯.
첫학교가 중대경영인 줄 알았는데 아닌갑다
저도 서울대 간호 지원한 학생입니다
모두 합격하면 좋겠네요^^
서울대식으로 몇점이세요??
저는 518점대입니다!
헐 저는 517.2인가 그래요
저도 반수생인데
나이가 같으신 분이 계셔서 다행이네요!
모두 합격할겁니다^^
와 한사 세사러시다... 둘다백분위 ㅂㄷㅂㄷ..
글솜씨 최고..☆ ㅋㅋㅋ
더 잘 보여라고 좋아요 눌르고가요!
저도 님처럼 올해 반수성공해서 다시 새내기가되는데 글 읽다보니 전적대 분들이 너무하시네요..
포..포켓몬?
전 대학교가 중대인줄 알았는데ㅋㅋ기승전노래추천.....
어...중대아니고 외대였습니다 하하...동양어대요
저 글과는 관련없지만 94 96 100이면 올1이였을텐데 구지 외대를 쓰셨던 이유가??
경영경제에 대해 이유없는 거부감을 가지고 있어서요... 그리고 제가 언어에 자신이 있구요. 찾아보니까 취업도 괜찮았고..하여튼 여러가지 이유였어요.
사실 가나군에 너무 질러서(설사회 고보정 ㅂㅂ) 다군에 안정이 하나 필요하기도 했구요..
간호는 취향이 아니셨어요??
.
줄수있는게 이목소리밖에업DDa↗↗
세계사 공부는 어떻게 하셨나요??
인강 추천해 주실 수 있나요 ㅠㅠ
올해 생윤에서 세계사로 바꾸려 하거든요
저는 세계사 이다지쌤강의만들엇는데요 사실 강의에서는 큰 도움 못받앗고 수특 개념혼자서 밑줄치면서 3번정도봣구요 기출 2번풀고 누드교과서 5회독인가하고 (공부하기싫을때마다봣어요) 교과서도 볼라햇는데 못구해서못봣구 구분해야하거나 나올만한 왕들 세기별로 정리해논거만 노트정리해서 이것도 공부하기싫을때마다봣어요
저거정리할때는 문제풀다가 해놀만한거 누드교과서보고정리햇고 연표는 이다지선생님꺼 연표특강에서 도움 많이받앗어요
이건공부법이고 개인적으로 킬러대비는 뭐하나던져주고 같은세기문제고르는게 거의 킬러로나오는데 공부하면서 16 17 18 19세기 이렇게나눠서 중요한인물 사건같은거 정리해서 수시로보면도움되요 저도 이번에 에덤스미스 세기맞추는게 킬러엿는데 며칠전에봐서 맞췃네요ㅎㅎ다행 그리고 중국근현대랑 현대사같은거는 중요한사건들 연도많이외워서 확실하게 대비하시구요ㅎㅎ
아근데 갠적으로 세사 비추요ㅜㅜ 덕후들이많아요.. 시간투자도많이해야되구요.. 거의 국어만틈투자햇구 만점맞아서 완전 좋앗는데 백분위 96 ㅂㄷㅂㄷ.. 그리고 제작년처럼 투생투베르?기출보시면아시겟지만 일부러 틀리라고내는문제가 가끔나와서 아무리잘해도 1등급고정이라볼수도없구요ㅠㅜㅜ
아진짜이거 ㄹㄷ ㅠㅠ이다지쌤강의로는 역사과목 킬러 절대대비못함...교과서5회독하고 수특 무한정독해서 중세부터 독립운동까지 시기구분 다했는데 백분위96 ㅡㅡㅂㄷㅂㄷ
버스에서 심심해서 한번 쭉읽어봤는데요 동아리 언니오빠들 인생상담도하고 밥도 사주셨다매요 연락하려고 했는데 연락못했다매요 그거 오늘내일안으로 꼭하세요 비록 그분들에게는 수많은 사람중 한명일 뿐이겠지만 지금 안하면 나중에 후회합니다
그런데요 엄마혓바닥 공부 어떻게 하셨나용?
ㅇㄱㄹㅇ
저라면 다시 돌아오지말라는 말 듣고 진짜 상처받았을듯.....언니 그래도 성공하셔서 다행입니당
세사 말고 동사는 어떨까요? 세사 왜이리 비추가 많은지 확실히 역덕층?이 두꺼운가봐요
둘중에하나고르라면 동사에요 근데올해는3과목이라..
제 얘기 보는거같네요. 중동들어갔다는거 뺴고(전 동아리도안들어감..)
진짜 수능전날에 수능 못보면 어떡하지?라는 생각보다는
만약 다시 대학 돌아가게되면 애들얼굴 어떻게 보지?라는 생각이 제일 많이 들었다는..
에구... 그래도 성공하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하..저도 지금 동아리 정리해야되는데 어찌 말을해야할지....어찌어찌 두개는 정리했는데
하나가 문제네여
반수 성공 축하드립니다!! 올해는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대학생활 하셨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노래는 저도 그닥이라 조언 못해드리네요..죄송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