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문주의) 100억을 준다고 해도
작수 가채점 끝난 저녁날,
받아든 가채점 결과는 언미영물지 13323.
목표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이었고 당연히
부모님한테 재수하겠다고 선언했음.
그 다음 날이었나? 학교에 출석했을 때의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친구들 말로는 내가 그때 시발점 기하를 정신없이 듣고 있었다고 함.
(다들 스마트폰 보고 노느라 정신이 없는데 혼자 태블릿 꺼내고 인강 듣길래 미친 놈인줄 알았다고 함…)
그렇게 어영부영 논술을 보랴 학교 가랴 시간만 보내다가
처음 제대로 재수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날이 2023년 11월 20일이었음.
그날부로 나는 수능 선택과목을 기하로 바꾸기로 결정하면서
논술 준비+심심풀이용으로 보던 기하 시발점을
수능 준비용으로 목표를 바꿔 공부하기 시작했고,
맨 앞 장에 재수를 시작한 날짜를 적었음.
다시는 이날의 기분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미에서.
그 뒤로 일 년간 사람이 아닌 것처럼 살았음.
2023년 11월 20일부터 2024년 11월 14일 수능날까지
단 하루도 책을 손에서 놓은 날이 없었음.
하루종일 공부한 건 아니어도, 적어도 항상 책을 보려고 노력했음.
놀러갈 때나 연말 가족여행을 갈 때엔 시발점 기하/수분감 기하를 끼고 있었고,
애들이 술 마시자고 부를 때, 이세돌 팝업스토어 갈 때는 출발 직전까지 학원에서 공부했음.
그리고 나선 러셀 대치 우선선발반에 1월 2일에 연고대반으로 입소해서
11월 11일 hs 2반으로 퇴소할 때 까지
졸업식, 6평, 9평, 애들 만나서 술 마신 다음날
이렇게 딱 4일 빼고 매일 학원에 있었음.
학원 다닌 것도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미쳤지 싶었는데,
월화수목금토일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 6-7시에 일어나서 대치동으로 향했음.
부모님이 바쁘셔서 차로 데려다주시는 건 꿈도 못 꿨고,
1시간 동안 전철을 두 번씩 갈아타면서 대치동으로 가면 딱 8시에 도착해서 바로 공부를 시작,
10시에서 11시까지 공부하고 나면 또 다시 1시간동안 전철을 타고 집에 가서 바로 자야 했음.
왜냐고? 안 잤다간 내일 학원을 못 가기 때문에.
나는 워낙에 자유로운 성향의 사람인데,
이렇게 딱 일주일을 지나고 나니까 정신적, 육체적으로 슬슬 데미지가 느껴지기 시작함.
그래도 버텼음. 일부러 더 안 힘들다고 말하고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세뇌하려고 발악했고
어느 순간부터 아무런 생각이 안 들기 시작했음.
6평이 끝나고서는 지하철에서 낭비되는 시간조차 아깝다는 생각도 들어서
지하철에서는 못 들은 복습영상 강의를 듣거나,
V단어, 토르 2000같은 가벼운 강의를 들었음.
그마저도 없다면 n제나 모의고사 스크랩 문항을 계속해서 돌려보고 다시풀기를 반복했음.
어쩔때는 신비해 수학 1이나 이해원 n제를 지하철에서 풀다가 사람들한테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기도 했고.
(이 사진에서 나온 모든 책이 내 일 년의 공부량이고 앞에 있는 박스 세 개는 전부 실모임.)
그렇게 나는 만 일 년을 살았고
가채점 결과 언기영물지 원점수 98 92 90 40 45로 올해 수능을 마무리하게 되었음.
작년에 날 가로막았던 3등급대 과목들이 모두 1등급이 된 것도,
물리가 3이 뜬게 뼈아프지만 다른 과목으로 어느 정도 메꿔져서 큰 타격을 입지는 않은 것도 정말정말 다행이고
운이 좋았다고 생각함.
주변에서는 가끔씩 물리가 아쉽지 않냐면서, 혹시 재수할 생각은 없냐고 물어보기도 함.
근데 난 절대로 안 할 거임.
더 이상의 노력은 할 수도 없고 할 여력도 의지도 남아있지 않음.
만약에 누가 100억을 줄 테니 2023년 11월 20일로 돌아가라고 한다면
차라리 고속도로에 뛰어들어버릴거임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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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테를 탈출해야만 하는데에에에 맞팔 구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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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at. 수고하셨습니다
멋지십니다
ㄴㄴ절대 없어요 ㅎㅎ
신일고 유명한가요?
재종에서 잠바 많이 봤는데
나름 강북구에선 좋은 자사고입니다. 선덕고등학교 급은 못되어도 충분히 좋은 학교에요
수고하셨어용
제발 가채점대로만 실성적표 나오고 원서영역 잘 쓰면 좋겠습니다…
너무멋있다
수고하셨네여
축하드려요 멋잇어요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근데 100억은 받아야 함
그 지긋지긋한 대치동을 1년 더…? 진짜 생각만 해도 쌍욕나옵니다
뭔 기분인진 아는데 100억이잖아요!!
장난이고 수고하셨습니다 ㅎㅎ
캬 진짜 수고많으셨습니다
같은 재수생으로서 정말 존경스럽네요
정말 열심히 사셨네요
진짜 이정도는 해야 성공하는구나
본받을 점이 많네요
무슨 마음가짐으로 임해야하는지 배운것같습니다 저도 내년에 비슷한글 올릴수있길..
존나 멋지네요
스크랩해두겠습니다 풀어질때마다 볼게요 감사합니다
개멋지네 반성하게 됨요
고생하셨습니다… 대치 편도 1시간 통학은 진짜 어케하신건가요 ㄷㄷ
잇올 편도 40분도 죽을맛이었는데ㅜ
고생 많으셨네요 원하시는 곳 가시길!
진짜 멋있습니다 본받고싶네요
고생했어요
대단하십니다
신일 05시면 제 친구들하고 동기시네요
멋지네요 진짜
100억 이상을 버셨네요
자네는 후회없을 시간을 보냈구만
미련없이 떠나라!
GOAT
뭘해도 성공하실 분...멋집니다
인간승리 :)
신일고 51기 선배로써 너무 멋있는 후배네요!! 대학가서, 앞으로의 멋진 나날을 응원합니다 :)
난 1억받고 한번더하거싶다
ㅇㄱㄹㅇㅋㅋ감사합니다 하고 시간,돈 받을 듯 이래서 실패했나..
난 매일 책 볼 자신은 있어도 저렇게 밀도있게 살 자신은 없는데... 인간승리를 이루셨네요 축하드립니다
100억 받고 1살 어려지고 수능 때려치우면 개꿀인데
와 진짜 축하드립니다....
연고대반 들어가먼 무조건 단과 2개는 들어야 하잖아요? 뭐 들으셨나요?
그리고 러셀 반 승급 과정을 좀 자세히 물어도 될까요?
저는 1년동안 단과를 총 4개 들었습니다. 전부 러셀이었고요. 국어 이원준쌤, 수학 신성규쌤, 영어 김지영쌤을 1월 시작부터 끝까지 들었고 지구 박선쌤은 코어특강 시즌에 들어가서 끝까지 들었습니다.
러셀은 그린반 - 블루반 - 연고대반 - 서의치반 - hs 2반 - hs 1반/전교1등반 순으로 점점 높아지는 피라미드식 반 편성이 되어있고 더프 성적이나 6, 9월 평가원 성적으로 승강이 결정되는 형식입니다. 저같은경우는 4월 더프가 러셀 대치 전체에서 10등~20등 언저리였기 때문에 운좋게 승반할 수 있었습니다.
한번에 연고에서 hs2로 진급하신 건가요?
네 원래는 3월 더프 성적도 저만큼 나왔는데 그때 답지가 유출되는 바람에 승반이 취소됐었습니다
오 신일? 신일 좋죠
이번 수능에 저희 학교 쌤들이 나눠주신 프린트나 수업자료 써먹을만한게 은근 많아서 은근 이득을 봤더랬죠… 특히 언매 지문형에서요
두고두고 보며 기준삼아 공부할 것 같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저..실례지만 하나 여쭤봐도 될런지요! ㅠ
공부해오신 과정들을보면 저 이상 어찌 더 노력할까 싶은데요. 개인적으로 너무너무 부러운 점수지만 저 점수를 수능만점까지 메꾸려면 더 했어야 할 요소가 있었을까요..???
여기서 만약에 더 점수를 올린다면… 그건 컨텐츠의 영역이 아닐 겁니다.
오히려 그 시점에서는 정말 치밀하게 오답의 원인과 일반화된 해결책 탐색, 학습자 스스로에 대한 분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제가 아쉽게 받은 유일한 과목인 물1을 예로 들어보죠.
올해 푼 문제집, 모의고사를 전부 나열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N제/기출
- 메가스터디 n제
- 수특,수완
- 16+4 버전 2
- 3순환
- 일당백
- Owl pressure air, pro
- 기범비급 2.0
총 11권
모의고사
- 배기범 모의고사 전 시즌
- 특모 전 시즌
- Owl 오아시스
- Owl 파노라마 전 시즌
- 키네틱 모의고사 시즌 1
- grip 물리학 시즌 1,2
- Ebs 파이널 실전모의고사
총 129회분
단언컨대 현역은 물론, 대다수의 재수생들은 이만큼의 공부량을 절대로 할 수 없습니다.
이정도면 시대인재 n 재수종합이나 강남대성 재원생들의 1년치 물리학 1 공부량과 거의 맞먹는 정도니까요.
그런데도 저는 올해 작년보다 낮은 원점수로 3등급을 받게 되었습니다.
요점은 바로 이겁니다. 일정 수준까지는 양치기가 성적을 위한 기반이 되어주지만, 이는 반대로 말하자면 그 수준을 넘기는 순간부터 양치기는 효용성을 잃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는 거죠.
즉, 여기서 더 해야 할 컨텐츠를 찾는 건 정답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단순히 오답 정리하는 걸 넘어서, 내가 왜 이 상황에서 이 방법을 사용했는가, 내가 왜 이런 식에 대입했는가를 문제의 조건과 발문에서 당위성을 따지고,
더 미세하게는 어떤 실수를 왜 하게 되는지와 시험지 운영을 어떤 식으로 할지 등…
이처럼 정말 다양한 상황에 대해서 생각을 다듬고 일반화된 태도를 확립하는게 무작정 풀고 버리는 것보다
성적 상승의 측면에서 천배만배 나을겁니다.
눈감고 난사하는 백발 천발의 총알보다 가늠자를 정확히 보고 쏘는 한 발이 더 치명적인 것처럼 말이죠.
많은 수험생들이 요새는 컨텐츠의 홍수 속에서 모의고사를 풀고 버리는 용도로만 쓰고 있고, 부끄럽지만 저 역시도 그러한 면이 없다고 보기 힘듭니다. 이번 수능을 준비하면서 이를 경계하자고 계속 생각했지만 물리학 1에서는 파이널 기간에 컨텐츠에 치이다 오답 스크랩을 주구장창 해놓고 분석할 시간을 많이 얻지 못했고, 이것이 수능날의 참사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일부러 사설 컨텐츠 양을 적당히 조절해가며 파이널 기간에 오답정리와 단권화에 집중했던 수학에서는 실수가 하나도 없이 안정적인 1등급을 받았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컨텐츠의 양만큼이나, 아니 양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그 컨텐츠를 얼마나 잘 소화해내는지의 여부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죠.
+) 추가로 몇 마디를 덧붙이자면… 수능 만점을 받기 위한 공부량이라는 것은 제가 감히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모든 시험에는 컨디션과 운적인 요소가 작용하기 마련입니다. 하다못해 몰라서 찍을 때 맞는 것도, 다 풀어놓고 계산 실수를 하지 않는 것도 어느 정도는 운에 따라 갈리는 셈입니다.
메가스터디 김용택 선생님이 캐스트에서 말씀하셨듯이, 난도 불문하고 어떤 과목이든 (한국사 제외) 수능에서 다 맞는 건 신의 영역입니다. 그저 어제 본게 운좋게 나오면 맞는거고 운없으면 알고도 틀리는거죠.
특히나 요즘처럼 좁은 범위에서 타임어택과 복잡한 퍼즐풀이식 문제들로 변별하는 탐구과목은 더더욱 그러할 겁니다.
그런 점에서 모든 과목의 이상적 목표는 만점으로 잡되, 현실적 목표는 그에서 한두 문제정도 내려간 점수대로 설정함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다 맞아야지만 서울대 가고 의대 가는건 아니잖아요.
많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 덕분에 더 올바른 방향으로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ㅠㅠ
하시는 일 다 잘 되길 기원합니다!
지금 11월 22일인데... 낭비할 시간이 없다
제가 생각한 가장 이상적인 제 재수생활이네요.. 이대로 실천하면 이정도 성적 나오는구나.. 저도 내년에 비슷한 글을 써보고싶네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