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런베이커@EllenBaker [1195953] · MS 2022 (수정됨) · 쪽지

2024-11-18 13: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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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덕 칼럼] 걸밴드 애니 #4 - 걸즈 밴드 크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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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제가 써놓은건 여기까지에요... 생각보다 좋아해주셔서 감사하네용ㅎㅎ





걸’밴드' 애니메이션 <걸즈 밴드 크라이>드럼이다. 날카롭고 거친 소리들이 모여 방황하는 청춘들의 외침을 폭발시키고, 화려하면서도 정제되지 않은 매력을 가지고 있으며, 안정적인 동시에 독특한 리듬감으로 작품을 지탱한다.




록스피릿을 이보다 더 잘 담은 애니가 있을까. <케이온>과 <봇치더록>이 코미디 시트콤이고 <마이고>가 로맨스 드라마라면, <걸밴크>는 확신의 음악 영화다. <봇치더록>이 <케이온>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 음악이 개인의 성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보여주었고, <마이고>는 음악이 관계의 소용돌이에서 어떤 매개체가 될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면, <걸밴크>는 음악 자체를 왜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 작품은 밴드와 록에 대한 나름의 철학을 보여주며 진짜 ‘뮤지션'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임을 어필하는 듯 보인다. 미소녀 애니가 1화에서부터 쌍중지를 날리며 ‘다 ㅈ까고 살아라'라는 주제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대범함은 이 작품이 여타 애니와는 다른 길을 갈 것이라 선포하는 것과 같았다. 


주인공은 모든 걸밴드 애니를 통틀어서 가장 호전적인 성격이고, 그에 따라 빚어지는 갈등도 다양하다. 이는 피로를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지만 <걸밴크>는 이를 화려한 라이브 장면으로 해소하고, 주인공에게 공감할 수 있는 여지를 충분히 줌으로써 비호감 캐릭터가 되지 않도록 노력한다. 풀 CG의 자연스러운 활용도 주목할만한 성과다.






favorite character: 카와라기 모모카



여타 걸밴드 애니에서 다소 아쉬웠던 지점은, ‘미소녀물’이라는 장르의 한계에 갇혀 록밴드에 걸맞는 카리스마 있는 비주얼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었다. 여리여리한 여고생들이 교복 치마를 입은 채 자기 몸만한 기타를 들거나 자기 손목만한 드럼스틱을 쥐는 모습은, 귀여울지언정 멋있다는 느낌을 받긴 힘들었다. 그러나 <걸밴크>에서 모모카는 어엿한 성인이자 기타리스트다운 포스를 한껏 풍긴다. 늘씬하고 시원시원한 핏과 록스타 스타일의 옷, 캐주얼한 캡모자 등의 조합은 미소녀물에서 보기 힘든 ‘간지'에 대한 니즈를 충족시킨다.



favorite scene: 자체제작 티셔츠



라이브가 시작되고 조명이 켜지며 단체티의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 이 애니는 급격히 재밌어지기 시작한다. 세 문제아가 각자 숨기고 싶었던 치부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무대에 모든 감정을 쏟아붓는 이 장면은, 극의 초중반부임에도 이후의 어떤 무대보다 더한 임팩트를 남겼다. <걸밴크>는 이 장면의 쾌감만으로도 볼 가치가 충분히 있는 작품이다.



favorite track: 혼잡한 길, 우리의 도시



보컬은 엇박으로 치고 들어오고, 울분을 토해내듯 내지르며, 건반을 비롯한 반주는 무언가에 쫓기는 것처럼 빠르게 달려나간다. 전체적으로 급하고 불안한 느낌이 깔려있는데, 이게 <걸밴크>라는 작품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표현한다. 방황하는 청춘들이 혼란 속에서 질주하는 모습을 음악으로 표현하면 딱 이렇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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