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뚜와 나고 애정해 [952612] · MS 2020 · 쪽지

2024-07-22 10:52:49
조회수 7,129

모집정지 가능성은 사실상 없습니다.

게시글 주소: https://modern.orbi.kr/00068789507

며칠간 들어와보지 않았었는데, 그 사이에 여러 논란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일단, 사과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저는 단지 이번 의과대학 입시 및 입시 후에 발생할 수 있는 여러 현상을 조목조목 설명해드릴 생각으로 해당 개시글과 댓글 등을 작성했었는데 (그렇기에 내용을 적으면서도 '모집정지'란 단어는 사용한 적도 없고, 행여 모집 인원이 감소하거나 아예 0이 되는 경우, 국시 응시 자격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 등도 단지 '가능성'의 영역으로만 말씀드렸는데 아무래도 민감한 시기인 만큼 그런 워딩조차 더 주의해서 사용하는 게 맞았던 것 같습니다) 막상 수험생 여러분들껜 되려 불안과 변수의 원인으로만 작용된 것 같아 죄송스러운 마음이 듭니다. 


이런 이유로, 해당 문제에 대해 간단히 해명을 드릴까 합니다. 되도록 각 시나리오에 대해 '가능성의 수준'을 함께 기재해서 좀 더 글의 정보성을 확고히 해볼까 합니다. 저번처럼 너무 글이 길어지면 결국 다른 문단에 비해 충격적인 문장 위주로 읽게 된단 사실도 이제 잘 알게 되었으니 최대한 압축해서 작성해보겠습니다. 


1. 맞습니다. 모집정지는 사실상' 가능성이 매우 낮은' 영역입니다. 

- 아마 올해 의과대학 정원은 다음 2가지 방법 내에 결정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a. 4500명 그대로 모집 

b. 4500명 전원 모집은 어렵지만 부분 모집 

=> 다만 b의 숫자가 정확히 정해지려면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해당 숫자가 흔히 지금 커뮤니티에 퍼져 있는 것처럼 정확히 3000명이다, 1500명이다라곤 말할 수 없습니다. (이 부분은 제가 지난 글에서 설명히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사과드립니다.) 이전 한의대 집단 유급 사태를 미뤄보았을 때 그래도 전체 4500명 중 70% 이상의 인원은 정상적으로 모집 인원에 상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2. 입학 취소, 의과대학 자체 모집 과정에서 자의적인 모집 인원 감소, 의평원 인증 문제로 인한 국시 응시 자격 제한 등의 문제도 역시 '가능성이 매우 낮은' 영역입니다. 

- 정부의 기조를 살펴보건대, 최대한 이 영역에 있어선 잡음이 생기지 않도록 치밀히 움직이려고 할 것입니다.

- 입학 취소의 경우, 의사 인력 업무의 특수성 등을 고려한단 이유로 제한할 수 있습니다. 

- 의과대학 자체의 자의적 모집 인원 절축의 경우, 해당 대학 및 교수 등에 압력을 넣거나 (병원 내 리베이트 수사 등) 또는 반대로 수혜를 베푸는 형태로 (사업 또는 연구 지원금 등) 해결하려 들 것입니다. 

- 국시 응시 자격 제한의 경우도, 한시적인 '유보 기간'을 설정하여 개선을 위해 필요한 기간을 확보하거나, 또는 법안 개정을 통해 예비 인증 기관을 설치하여 대신 인증을 낼 수도 있고, 아예 의평원을 향한 압력을 행사하여 (의평원 이사회 교체 압력, 언론 플레이 등) 이를 해소할 수 있습니다. 

=> 그렇기에 이 시나리오도 1과 마찬가지로 수험생들이 너무 걱정할 사항은 아니라고 사료됩니다.  


3. 그러니, 제가 말하고 싶었던 건 1과 2의 내용이 주(主)가 아니었단 뜻입니다. 이번 3 항목에서 풀어내고 싶은 이야기들이 앞으로 맞이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영역의 이야기들입니다. 

ㄱ) 기존 24학번 3000명 + 새로 뽑은 25학번 4500명 = 한 학년 총 7500명의 문제 

- 어떤 분들은 이렇게 생각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고작 몇 천명 더 늘어나는 거 가지고 호들갑은'. 

- 하지만 내부에서 수업과 실습을 오랫동안 받아본 저의 입장에서 (특히 저희 학교는 이미 증원 이전에도 워낙에 대형 의대였기 때문에) 그런 의견에 마땅히 동의하긴 어렵습니다. 

- 실습, 사실상 가라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카데바 한 구에 20명이 넘는 인원이 붙어 공부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중에 메스를 잡고 직접 집도해가는 사람의 비율은 더욱 줄어들겠죠. 

- 수업, 역시 정상적 운영이 어려울 것입니다. 정부는 교육 문제 해결을 위해 각 대학에 추가 교수 임용 및 강의실, 실습 자원 확보에 도움을 주겠다 했습니다. 하지만, 실상 정책이 발표된 2월 초부터 지금까지 대학 내에서 추진되고 있는 건 거의 아무것도 없습니다.. 실속만 차리려는 시도조차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상 방치..) 제도권 언론과 정부에선 쉬쉬하려는 양상을 계속 보이는데, 결국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숨겨왔던 상처가 완전 곪아 있을 겁니다.  

ㄴ) 전공의 인력 수급의 문제로 인한 대학 병원 운영의 어려움, 이에 따른 실습 자원 고갈의 문제 

- 전공의 운영으로 그간 대학 병원들은 적자 수준의 수가에도 인건비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 하지만 대다수의 전공의가 사직한 현재, 대학 병원들은 이들의 자리를 메우기 위해 pa 간호사나 외부 전문의를 고용하게 되면서 극심한 적자 운영에 신음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일부 의료 인력 분들 중엔 아예 '무급 휴가'란 받아들이기 힘든 조치를 지시받은 분들도 계십니다. 

- 사직한 전공의들 상당수는 만약 이 문제가 잘 끝나더라도 돌아가기를 꺼려할 겁니다. 히 필수과라고 불리던 과들의 (수가는 적자라 몸을 짜내서 일해야 하지만, 사명과 환자를 살려낸다는 보람으로 일하던 과들) 전공의 선생님들의 복귀는 더욱 저조할 것입니다.. 

- 이로 인해 병상 축소 운영을 (아예 모든 과의 환자를 하나의 병동으로 옮겨 병상을 축소 운영하는 것, 이로 인해 여러 병동에 산재된 경우에 생길 수 있는 전기세, 수도세 등을 줄이고, 인력도 집중시켜 인건비를 절약) 본격적으로 수행하고 고 있는 형국입니다. 전공의 분들의 복귀가 시원찮으면 더욱 이 문제는 가속화되어 대학 병원 운영 자체에도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발생합니다. 

- 물론 지거국 병원이나 서울의 대형 병원들은 국가의 지원이나 자체 재정 지원 등이 있으니 어떻게든 버텨내겠지만, 재정 상태가 원래부터 좋지 않았던 사립 대학 병원들은 정말 크게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 환자분들이 줄면 당연히 실습 공부를 하는데에도 어려움이 따릅니다. (결코 이 관점이 환자분들을 기계론적인 관점으로 바라본 게 아닙니다. 저는 누구보다 인본주의적인 삶을 추구합니다.)

- 더불어 pk를 교육하고 계획하는 건 전공의의 일이기도 합니다. 역시 그런 이유로 실습 교육에 문제가 생길 겁니다. 

ㄷ) 인턴, 레지던트 경쟁의 지옥 

- 솔직히 ㄱ, ㄴ보다 전 ㄷ이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합니다. 

- 인원은 늘었지만 인턴, 레지던트 수는 거의 늘지 않을 겁니다. (애초에 레지던트 숫자는 대한의학회의 심의를 거치는 것이기도 하고, 결국 이 숫자가 늘어나면 대학병원의 인건비 지출도 늘어나기 때문) 

- 그러면 7500명의 신입 의사 자원이 졸업 후 3000명 내외의 인턴, 레지던트 자리를 찾으러 나설 겁니다. 심지어 소송리스크가 넘쳐나는 과들 (외산소흉, 응급 등)은 앞으로 더더욱 피하려 들테니 남은 자리를 두고 극심한 경쟁이 이뤄질 것입니다. 

- gp (일반의)의 역할과 이분들의 술기에도 분명 특수성이 있습니다. (심지어 단순 피부미용도 그냥 바로할 수 있는 건 아니란 뜻입니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자신만의 장점을 기르기 위해선 그래도 수련이 필요할 것입니다. gp가 수명이 엄청 긴 길도 아니니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이번 신입생들은 정말 힘든 길을 걷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ㄹ) 기타 

- USMLE 등 해외 면허 시험 자격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 '나이롱'으로 불릴 걱정은 안해도 됩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선배는 아무도 없을 겁니다. (있으면 차라리 무시하세요.) 

=> 그러니, 3번 항목은 엄밀히 따지만 '수험생'에게 생길 문제라기 보단 '의과대학 신입생'에게 생길 문제란 뜻입니다. 올해 입학을 생각하고 있으신 수험생들은 행여 수시 지원 직전까지 해당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반드시 3번 항목의 위험성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4. 갑자기 이 얘기가 왜 나옴?

- 이건 그냥 써보고 싶어서 써봅니다. 

- 갑자기 나온 게 아닙니다. 이전에도 꾸준히 수험생들에게 가해질 위해에 대한 부분은 언급되어 왔습니다. 

- 다만 그때는 아직 고3 학생들 1학기 수업도 채 끝나기 전이었으니 다들 그리 관심이 없었을 뿐이죠. 이제 본격적으로 수시 지원 기간이 다가오니 다시 터져나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렇지만 언제까지 눈 가리고 있겠습니까. 특히 3번 항목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여러분들이 평생 수험생, 의대생이 아니니까요. 의대에 왔단 것은 '의사로서 살아가겠다'란 의미이지 않습니까. 당연히 미래를 위해 필연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입니다. 

- 무엇보다, 언론에 나오지 않았기에 무시해도 된다는 건 정말 바보같은 이야기입니다. 언론은 '틀리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가능성은 잘 보도하려 들지 않으니까요. 여러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데 있어선 언론의 스피커에만 의존하는 성향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 그리고, 전 절대 수험생분들을 저주하거나 잘 안 되길 바라지 않습니다. 그건 비상식적인 인간입니다. 


5. 마치며. 

- 감사하게도 제가 고른 이길은 참 신성한 업입니다. 그래서 기쁘기도 하지만 때론 현실 세상에 펼쳐진 너무나 많은 제도적 모순에 희생당하는 환자와 의료진들을 보면 정말 심히 속이 상하기도 합니다. 

- 수험생분들의 덕목은 '공부'입니다. 포기하지 말고, 흔들리지 말고 공부하십쇼. 불안을 유발해단 점,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 

- 1, 2항목은 잊어도 됩니다. 이런 이야기는 하나도 도움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3 항목은 꼭 정독해보고, 한번쯤 시간이 빌 때 꼭 고민해보셔야 합니다. 온전히 여러분의 인생이고 선택이기 때문입니다.  


다들 좋은 결과만 있고, 어떠한 피해도 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입시는 언제나 각자도생입니다. 

제 이야기도 실상 다르게 전개될 수도 있습니다. 워낙 변수가 많은 이슈이니까요. 

그러니, 절대 휘말리지 말고 처음에 계획했던 길을 끝까지 완주하십쇼. 

고민은 결승선에서 다시 하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