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gito Ergo Sum [1105120] · MS 2021 (수정됨) · 쪽지

2023-04-10 19:3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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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계획의 추상성 없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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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단일 주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예전부터 줄곧 있었던, 그리고 얼마 전에도 받았던 질문인, 시기별 공부 진도에 대해 조금 적어보려 합니다. 추상적인 계획이랑 공부 진도가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스스로 세워둔 공부 계획이 없거나 혹은 그 계획이 추상적인 경우에 학생들은 공부 진도에 불안함을 느낀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자세히 써보겠습니다.


일단 대전제는, 내가 전 단계에서 수행했어야 할 공부를 하지 않았다면 시기와 무관하게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보통 6월 모의고사와 9월 모의고사를 기준점으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 글의 핵심을 저러한 기준점을 두고 무언가를 해나가는 것과는 큰 상관이 없습니다.


우리가 물리적으로 굉장히 허술한(?) 계획을 세워보면, 

예를 들어 기초 개념 / 기출 / 심화 개념 / N제 및 모의고사에 각각 2개월씩 투자하면 그 과목은 이론상 완벽해야 합니다. 한 과목에 올인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즉 다른 과목을 병행하면서 해당 과목을 완성하는 데 8개월을 잡은 거죠. 


그런데 마음을 뒤늦게 다잡은 사람도 있을 거고, 반수를 한다거나 하는 등의 개인차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노베이스부터 상위권 반수생까지 이러한 시기별 마지노선을 잡는 건 간단합니다.


위에 말한 대로, 자신의 실력을 기준으로 허술한 계획을 세웁니다. 일반적인 학습 순서는 개념 - 기출 - 연계교재/N제 - 모의고사 순이겠죠. 그런 다음 비율은 유지한 채로 실제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반영하여 계획을 세우면 되겠네요. 이렇게 이야기해도 아직 허술한 계획처럼 보입니다. 제 이야기를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재수 4개월 동안 공부하여 3~4등급대에서 고려대에 합격했었습니다. (수기가 아니기 때문에 예시로만 간단히 들었습니다.)


3~4등급은, 인터넷 상에서나 노베이스이지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데 내가 단순히 3등급에서 2등급까지의 향상을 노리는 사람이면 그냥 공부해도 되겠지만, 만점권을 도전하는 상황이라면?


분명 노베이스가 아님에도 당연히 처음부터 해야 합니다. 일단 나에게 주어진 특수성을 하나 찾아놓고 가는 느낌입니다. 반수생 중에는 기초 개념부터 안 하고 넘어가려는 계획을 세우는 사람도 있을 테니까요.

 

여기서부터 위에 나온 계획을 활용해보겠습니다.


6월에 시작하는데, 어차피 3개월 이상 공부하면 점점 템포가 떨어지는 타입이었기 때문에 5~6개월에서 슬럼프에 빠질 시간을 계산해야 합니다. 이 역시 특수성에 들어가네요. 실제로 저는 6개월을 공부하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제대로 공부한 건 4개월 뿐이었죠.


아무튼 그 당시 제 기준으로 개념은 모든 과목을 병행한다고 쳐도 1개월 내에 끝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미 한 번 봐둔 거고 수능 3등급이라는 게 특히 사탐에서는 전혀 노베가 아니니까요.


기출의 경우 이미 본 거라고는 하지만 현역 때 목표 달성을 못했다는 사실은 '최소 현역 때만큼은 보고 가야 본전이다.'라는 생각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니 3개월을 잡았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10월이 되어서 수능완성도 아니고 수능특강을 겨우 시작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기출과 연계 교재를 병행하기로 계획합니다.


그렇지만 필요 공부량을 고려할 때 이미 한 번 본 거라고 해도 기출 + 수능 특강에 3개월 미만으로 투자하면 또 허점이 생길 거라고 봤기 때문에, 10월에 수능완성을 보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판단합니다.


6월 즈음에 수능완성이 출시되고 나면 누구는 수능완성 보는데 저는 겨우 이거 하고 있어서 불안합니다 라는 글이 넘쳐나지만, 그런 건 아무 의미 없습니다. 10월부터 봐도 어차피 유형 몇가지와 실전편 5회분이기 때문에 기출 + 수특 학습 단계를 제대로 거쳤다면 늦어도 2주 안에 끝납니다.


그랬을 때 30일이라는 기간 동안 실전 모의고사에 투자할 시간이 생기죠. 여기서도, 처음 계획은 허술하게 세웠지만, 저렇게 철저히 나눠놓고 하는 게 아니라 수능완성을 학습할 때는 사설 실모도 병행하는 쪽으로 해서 실질적으로는 모의고사 기간에 40일을 확보해둡니다.


이렇게 다 세우고 나면 시간을 과하게 잡은 단계가 보일 겁니다. 저같은 경우에는 기출 + 연계 교재에 3개월을 투자하는 저 단계일 텐데, 그대로 놔뒀습니다. 어차피 슬럼프가 올 것을 생각하면 타이트하게 짜두는 게 나으니까요.



제가 세웠던 계획에서 기간이 1년으로 주어진다면 각 공부 기간을 2배로 책정하고 조금 느슨하게, 그만큼 좀 더 꼼꼼하게 공부하면 되겠죠.


만약 저처럼 만점권에 도전하지 않고 인서울 상위 10개권 대학 정도에 만족하는 타입이라면 저 단계를 밟아가면서 일부를 생략해도 될 겁니다. 예를 들어 저는 ebs 교재를 전부 다 본권으로 학습했지만, 사설 컨텐츠로 빠르게 학습한 후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일종의 편법이겠지만, 이는 목표하는 바에 따라 다르게 활용될 수 있습니다.


내 능력을 고려했을 때 적어도 10개월은 걸릴 듯한데 남은 기간이 5~6개월이라면 남들보다 2배 이상의 효율을 내든지, 아니면 잠을 줄여서라도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사실 대부분 노베 학생들애게는 전자의 방법을 택할 수 있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습니다. '효율적인 공부'라는 것 자체도 너무 추상적이기 때문이죠. 이런 식으로 내가 남들보다 얼마나 열심히 해야 하는지를 알게 되면 본격적으로 달릴 수 있는 원동력이 생깁니다.


그리고 이런 식의 수정을 거치다 보면 많은 분들이 남기셨던, 6월에는 어디까지 끝내놓아야 하나요? / 9월 모의고사 보기 전에 최소한 어느 정도는 공부해야 하나요? 등과 같은 질문에도 충분히 답변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기출 학습에 2개월을 투자해야 한다고 계획을 세웠는데 지금이 4월이라면 당연히 적어도 6모 전후로 기출은 다 봐야하는 게 맞겠죠.



이후의 계획은 좀 더 이해하기 쉽습니다. 1개월 동안 5개년 평가원 기출을 분석하는 단계가 계획에 있었다고 가정하면, 총 15회분의 시험지를 분석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2일에 1회분을 분석해야 한다는 의미이고, 하루는 문학 기출 분석, 또 하루는 독서 기출 분석을 하면 되겠네요. 거기에 더해 분명 어려운 기출을 마주하면 당연히 시간이 지연될 테니 하루 공부량을 1회분보다는 조금 더 많게 잡아야 한다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쪼개다 보면 결국 내가 '오늘' 해야 할 일이 과목별로 무엇인지를 알게 되고 오늘의 계획을 완수하겠다는 동력이 생기게 됩니다. (하루 계획에 관련된 것까지 알고 싶으시다면 '압축 공부법' 칼럼을 참고 부탁드립니다!)


결국 그 동력을 바탕으로 오늘 공부를 잘 마무리하다 보면, 일주일 공부를 잘 마무리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일주일, 한 달, 두 달이 쌓여 수능 전날 밤이 되는 거죠. 제가 수험생활을 했을 때 가장 신기했던 게, 하루를 반복적인 루틴 속에 살았을 뿐인데 어느 새 수능 전날에 와 있었다는 점입니다.


당연히 하루씩 지나가면 수능 전날이 되겠지 뭔 소리야 싶으시겠지만, 그런 의미라기보다는 동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공부를 하다 보면 지루한 레이스가 생각보다는 훨씬 빨리 끝난다는 뜻입니다. 수험생활이 지루하게 느껴지고 슬럼프가 오는 것도 이런 공부 계획이 추상적으로 다가와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세 줄 요약

추상적이고 허술한 계획 세워보기

내 능력/현재 여건에 맞춰 비율 조절하기

본인의 특수성까지 고려하여 계획 수정/보완하기



아마 이 글을 보고 아 나는 노베이스 글을 원했는데.. / 나는 반수생 전용 글을 원했는데.. 라고 느끼실 분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공부 계획은 스스로 세우는 것이지 일개 칼럼으로 모든 것을 제시하기는 다소 어려운 감이 있습니다.

제 역할은 계획이라는 추상적인 무언가에 대해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 그쳐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방향성에 대해, 단순히 공부는 열심히 하면 된다 와 같은 이야기가 아니었으면 해서 글을 쓰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저는 원래 실전적인 공부 칼럼을 주로 업로드했는데, 워낙 질문이 많이 들어와서 생각나는 대로 써봤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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