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day Commander [887105] · MS 2019 (수정됨) · 쪽지

2022-12-28 20:36:53
조회수 4,083

올바르게 질문하는 방법 (건강한 오르비 문화 만들기, 가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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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문법&구문독해 지도 전문 강사 겸, 영포자 지도 전문 강사 Good day Commander라고 합니다.


오르비에서 활동한 지도 (아마) 거의 4년이 다 되어가는 듯 싶습니다.


그리고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그 시간동안 매년 늘 보여오던, 그리고 지금도 보이고 있는 문제가 있어 여러분들도 한번 참고하셨으면 하는 마음에 글로 다뤄봅니다.


곧 수업이 있어 정말 빠르게 쓰고 갑니다. 내용이 잘 전달되길 바랍니다.



-약력-

- 수백명 단위 학생 지도 경험 (1:1 수업)

- 지방 일반고에서부터 명문고/외고/과학고 재학생들까지 다수 지도 경험

- 독해하는 것을 직접 귀로 듣고 상태를 직접 확인, 상담&조언해준 것만 천 명 이상

- 커뮤니티 활동으로 학생들의 질의응답에 대한 건수 최소 만 건 이상

- 前 고1모고 9등급 출신 / 現 영포자 지도 전문 강사

- 단어교재 저자

- 문법&구문독해 피지컬 독학서 집필 경험

- 천일문 시리즈 1000회독 경험






1. 질문할 때는 본인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자세하게 기재해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질문을 받을 때면 거의 항상 하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마다 현재의 등급(점수), 언어적인 감각, 학습 지능, 성향, 그동안 쌓아온 베이스, 목적(목표), 투자 가능한 시간이 모두 다르다.. 또 같은 등급 내에서도 사람마다 강점과 약점이 천차 만별이다. 그러니 본인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적어달라"


고 말입니다. 이처럼 사람은 로봇이 아니기 때문에 모두 다 다릅니다.



그런데 오르비나 수xx 등 적지 않은 분들이 질문을 하실 때 자신의 정보에 대해 너무 적게 기입하시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ㅇㅇㅇT 강의 ㅇㅇ 들을건데 이거 좋음?', '11모 4등급인데 ㅇㅇ빼고 ㅇㅇ 들어도 ㄱㅊ?'같은 식인데요.


이러면 답변자가 본인 상태가 어떤지 전혀 몰라요. 아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점수라도 적어놓으신 분은 그나마 양반인데, 사실 점수(등급)를 적어놓으셔도 '대강'의 상태만 파악할 수 있는 것뿐이지, 그 점수대 안에서도 사람마다 또 실력은 천차만별이고 약점도 강점도 다 다릅니다.


예를 들어, 제가 지난 주에 본 어떤 2등급 학생은 등급은 2이긴 한데 독해가 정말 하나도 잡혀 있지 않은 상태여서 정말 '어떻게 2등급을 받고 있지?'라는 생각이 드는 학생이 있었고, 이번주 들어 본 어떤 4등급 학생은 등급은 4이지만, 생각보다는 상태가 괜찮아서 '정확도만 조금만 더 다듬고 독해속도만 좀 더 올리면 어지간한 2등급 학생들 독해력과 비슷할 것'이라고 말해준 친구도 있었습니다. 또 그제쯔음 본 친구는 실제로 등급이 4였고, 실력도 딱 4등급 수준인 친구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같은 등급 내에서도 이렇게 사람마다 강점, 약점, 상태가 천차만별일진데, 도대체 어떤 답변을 얻으시려고 본인의 상태에 대한 설명도 없이 질문글을 적으신 건지 잘 이해되지 않습니다.


물론 글쓴 분이 '전 사실 그냥 한번 질문 올려본거고, 딱히 별 생각 없이 올렸어요~'라면 제가 더 할 말은 없습니다.


하지만 질문을 통해 뭔가 정확하고, 본인 스스로에게 도움이 될 만한 답변이 오길 바란다면 그런 식으로 질문하시면 안 됩니다.


본인의 상태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해주는 조언, 믿을 수 있겠습니까? 또 그것이 본인의 성적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성적은 그렇게 쉽게 올릴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질문을 할 때는


① 현재의 점수(등급), ② 학년(나이), ③ 그동안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왔는지, ④ 본인이 생각하는 현재의 상태 및 현재의 문제(해결하고 싶은 부분&질문하고 싶은 부분) ⑤ 목표 (예: 수능 2등급)


이정도는 적어 주셔야 답변을 주는 사람도 좀 더 퀄리티 있는 답변을 드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정도도 귀찮다는 이유로 적지 못하시는 분이라면.. 도움이 되는 답변 역시 기대하실 수 없다고 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공부방법/커리큘럼은 수능성패에 있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라, 그렇게나 중요한 부분인데 귀찮아하는 것이 잘 이해가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2. 질문한 분은 답변이 달리면 그 답변이 신뢰할 만한 내용을 담고 있는지 꼼꼼하게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오르비는 얼굴도 안 보이는 공간이며 상대의 이름도 알 수 없는 공간니다. 이는 이 글을 쓰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다 보면 정말 많은 질문, 그리고 그에 달리는 답변들을 많은 보는데


적지 않은 경우에서 답변이 적절하지 못한 경우를 정말 많이 봅니다.



저는 '공부내용 및 공부방법에 대한 조언이 곧 성적으로 이어진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따라서 누군가에게 공부법 및 커리큘럼에 대한 조언을 받고, 그것을 실행으로 옮긴다면 그것이 곧 성적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좋은 공부방법&커리큘럼으로 공부했다면 결과가 잘 나오고, 적절하지 않은 공부방법&커리큘럼으로 공부했다면 결과가 잘 안나오겠지요.


바꿔 말하면 이는 곧 공부 방법이 곧 성적을 결정짓는다고 봐도 크게 과언은 아니겠지요.



그런데 그렇게나 중요한 '대입'이라는 시험을 준비하면서, 

그 대입이라는 시험의 '성적'을 결정짓는 공부법 및 커리큘럼에 대한 조언을 너무 덥썩 신뢰하시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최상위권 대학교 진학을 목표로 하는 분이 많이 계시는 오르비의 특성상, 대입에 절박하고 진심인 분들이 많을 겁니다.


그런데 그런 중요한 대입시험을 준비하면서 그 조언이 신뢰할 만한 조언인지 아닌지도 확인하지 않고 덥썩 따라한다니요. 위험합니다.


대표적으로 무엇이 있습니까? '워드마스터 2000만 암기하면 2등급은 나옴', '문법같은거 공부할 필요 없음. 그냥 기출풀다보면 알아서 잘하게 됨'같은 조언들이 대표적입니다.


저는 영포자 지도 전문을 자칭하고 있는 만큼, 오르비 및 다른 여러 루트로 영포자 학생들의 상담이 많이 들어옵니다.


그런데 학생들을 상담해주다 보면 정말 납득하기 어려운 경우를 많이 봅니다.


현재 등급이 5등급이고 중등 기초 단어도 잘 모르는 학생이 워드마스터 2000을 외우고 있다던가,


영어는 살면서 공부해본 적도 없는 노베 학생이 일리도 건너뛰고 이명학 선생님의 신택스를 5회독을 하고 있다던가,


듣다 보면 이 학생들한테 이런 조언은 도대체 누가 해준 거지? 싶은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왜 이거 하고 있냐고 물어보면 돌아오는 대답은 거진 다 똑같습니다.


'오르비에서 누가 이거 하라던데요. 혹은 수xx에서 누가 이거 하라고 해서요.' 같은 대답입니다.




공부를 잘 하는 분은 정말로 그렇게 공부해서 상위권에 진입하셨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본인 '개인'에 한정해서 먹힌 공부 방법일 뿐이지, 다른 사람에게도 먹힌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심지어 본인이 공부를 잘 하시는 게 아닌데도 조언을 주는 분도 꽤 많으시던데.. 이건 도대체 무슨 상황인가요?)


조언을 주신 분이 그 공부방법이 타인에게도 모두 통하는지 직접 실험하고 경험해보신 것은 아닐 테니까요.



영포자들 및 어중간한 등급대(4~5) 학생들은 이런 조언이 정말인 줄 압니다.


따라가면 조언대로 등급이 쑥쑥 오를 거라고 진짜로 믿습니다. 


그리고 잘 안풀리면 '난 공부 머리가 아닌가봐. 왜 난 안되지?'같은 생각으로 좌절하고 맙니다. 

그리고 인생이 꼬이기 시작합니다. 인생이 꼬인다는 게 과언이 아닙니다. 


사람의 노력(의지)의 총량은 정해져 있고, 시험까지의 '시간'도 정해져 있습니다. 무한이 아닙니다.


잘못된 길을 걷는 데 쓰인 노력과 시간이 바른 길을 걷는 데 쓰였다면 분명 더 높은 성적을 받았을 겁니다.


점수가 망한 학생들의 책임은 누가 지나요? 아무도 안 집니다. 그냥 믿은 학생만 바보가 되는 구조입니다.





3. 확실하게 아는 것, 그리고 확실히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는 부분들을 조언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평범한 오르비의 한 회원일 뿐이기에. 제가 나서서 누구는 조언을 해라, 하지 말라고 말할 권리는 없습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은, '아무 생각 없이 해본 조언에 누군가의 점수는 정말로 나락으로 갔다'는 겁니다.


고의라면 심각한 거고, 고의가 아니더라도 가벼운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아무 생각 없이 믿은 사람도 책임은 있습니다.



제가 이전부터 지적해온 집단지성의 장점이자 단점이 바로 여기서 발생합니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조언해준다면 서로 끌어줄 수 있고 밀어줄 수 있지만, 문제는 커뮤니티 속에서는 누가 그런 사람인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이며, 걔중에서는 조언을 해줄 수 없는 입장인데도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질문자는 어떤 질문을 신뢰해야 할지 알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질문을 하시는 분은 최대한 질문 내용을 자세하게,

그리고 답변을 해주시는 분은 최대한 확실히 알고 있는 부분에 한해 답변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아니면 최소한 답변을 할 때 '주관적으로(개인적인 경험으로)는 그러했다'와 같은 말을 덧붙여주시면 질문자가 참고할 때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되겠지요)



제 바람은 단순합니다.


다들 실패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꿈을 포기한다는 건 상당히 괴롭고, 씁쓸한 경험이거든요.


누군가에게 수능이란 단순히 인생의 관문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누군가는 앞으로의 인생의 앞날이 걸린 시험일 겁니다.


그렇기에 모두가 오르비에서 적절한, 도움이 되는 조언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그런 건강한 문화가 정착하길 바라면서 이 글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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