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이야기] 아버지의 임종
우리에겐 모두 아버지라는 존재가 있다.
이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 우리는 우리의 선택과는 상관없이 아버지와 함께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사람들에게 있어서 아버지라는 존재의 의미는 모두 다를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가 더이상 세상에 머무르지 못하고 돌아가시게 되었을 때 우리는 모두 같은 생각을 하게된다.
아버지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그리고 우리는 아버지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것을...
감염내과 실습을 돌때의 이야기이다.
아침에 회진을 돌기 전, 입원환자들에 대한 상태를 체크하고 새로 내원한 환자에 대한 브리핑을 할 때였다.
"교수님, 오늘 ER(응급실)에 말라리아로 의심되는 환자가 입원하였습니다. fever(열) 39도까지 spiking하고 매우 좋지 않은 상태입니다"
"어 그래? 요즘 말라리아 환자 흔치 않은데....우선 가서 봐보도록 하지"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환자의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의식은 이미 없었으며 자가호흡이 힘들어 산소호흡기의 도움을 받고 있었고 중증의 말라리아 감염상태로 간과 신장이 모두 망가져서 투석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는 평범한 50대의 남성으로 대한민국의 여느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돈을 벌기위해 아프리카에 파견되어 건설관련 일을 하고 있었다.
아프리카 지역은 특히 말라리아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에 여행하기 전에 꼭 예방적으로 약을 처방받아 복용기준에 맞춰 규칙적으로 복용해야 한다.
환자의 병력을 청취해보니 그는 약을 처방받기는 하였으나 약 복용법을 착각해서인지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아프리카에서는 별 증상이 없었는데 한국에 들어오고 나서 몇일 후부터 갑자기 열이 났다고 한다.
그는 감기라고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으나 그것이 화근이었다.
말라리아에 걸리게 되면 바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8일에서 길게는 한달가량 아무런 증상이 없이 잠복기를 거쳤다가 말라리아 기생충이 간에서 증식을 하고 충분한 시간을 거쳐 간세포를 깨고 나와서 적혈구를 감염시키는데 그때부터 열이 나며 본격적인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말라리아가 심할 경우에는 간, 신장 등이 망가지고 급성 호흡부전이 올 수 도 있는데 이분이 바로 그런 케이스였다.
그의 옆에는 그의 형님과 딸이 지키고 서있었다. 특히 딸은 울다가 지친 상태였는지 눈이 부어있고 힘이 없어보였다.
"ㅇㅇㅇ님 보호자 분들이신가요?"
"네...선생님... 지금 아빠 상태는 어떤가요? 사실 수 있는거죠? 그렇죠 선생님?"
"우선 치료를 해봐야 알 수 있겠지만 아버님께서는 상당히 심각한 상태이십니다....저희가 뭐라고 말씀을 못드리겠네요. 죄송합니다..."
그녀의 두 눈에 금세 눈물이 고여 언제든지 흐를것만 같았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던 나는 갑자기 몇년전 쓰러져 응급실에 입원하셨던 아버지 생각이 나서 갑자기 울컥했지만 환자 앞이었던지라 감정을 추스려야 했다.
국내에서 말라리아 환자는 보기가 어려워 대부분 실습을 돌면서 말라리아 케이스를 접하지 못한다. 심지어 교수님조차 말라리아 환자를 많이 못보셔서 다같이 스테이션에 모여 치료가이드라인을 다시 찾아봐야했다. 아까 응급실에서 상태를 봤지만 환자가 지금의 상태를 이겨내고 살 확률을 그렇게 높지 않아보였다.
그후 몇일간 감염내과 전공의 선생님들이 몇일밤을 지세우며 번갈아 가면서 환자의 상태를 살폈다
몇일 뒤, 하늘은 야속하게도 그녀의 아버지를 데려가버렸다.
실질적으로 아저씨는 돌아가신 상태로 산소호흡기를 떼는 일만 남았다.
산소호흡기를 떼기 전, 그녀는 아버지의 귀에 조용히 속삭였는데 그 말을 의도치 않게 듣게 되었다.
"아빠 살아생전에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해...아빠가 있을 때는 잘 몰랐는데 막상 아빠를 보내려고 생각하니까 아빠가 얼마나 나에게 소중한 사람인지 알게 되었어.... 하늘에서 행복해야해. 평상시에 사랑한다는 말 많이 못해서 미안해. 아빠 사랑해"
사랑한다는 말에 갑자기 주체할수 없는 눈물이 났고 그것을 참기위해 온 힘을 써야 했다.
그렇게 호흡기를 떼고 그녀의 아버지는 하늘나라로 가게 되었다.
그날 저녁 자주연락을 드리지 못했던 아버지 생각이 문득 났다.
"아버지 뭐하고 있어요?"
"어 아들! 왠일이야~ 별일 없지? 밥은 잘 먹고?"
"네 잘지내요... 아빠... 갑자기 이 말이 하고싶어서 전화했어요... 사랑해요 아빠"
쑥쓰럽다는 이유로 부모님께 사랑한다는 표현을 많이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일을 계기로 부모님께 사랑표현을 아끼지 않기로 다짐했다.
==========================================================================
여러분 그동안 부모님께 하지 못했던 사랑한다는 말을 오늘 저녁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잘봤습니다~~~~
-
패드립하고싶었어 그마음안다…
-
설마 불국어 불수학을 같이 내진 않겠지? ㅠㅠ
-
싸운다고 안바뀝니다 그시간에 롤이나 한판 더합시다
-
가둬놓고나만보게하기
-
ㄹㅇ 수능이 늦게나오니까 수시도 늦게나오잖음;;
-
내가 새가슴에 독해력 ㅂㅅ인것도 문제지만....... 압도적인 실력을 쌓으면 분명...
-
띠따띠라따또따는 개별로임
-
ㅋㅋ
-
님들 원래 수시에서 재수생보다 현역을 더 많이 뽑음?? 4
걍 나이에 상관없이 생기부 좋은 사람 뽑는거 아닌가요…?
-
안녕하세요, 중계동에서 공부방을 하는 수학강사 입니다. 이번 수능부터 다시...
-
뭐 있음?
-
너무 귀엽죠 ㅠㅠ
-
지금 텔그 2
지금 텔그에서 약펑크? 로 62퍼 가능성 뜨는데 이거 나중에 가면 그냥 안되겠죠?...
-
뽑는 기준이 진짜 지맘대로네
-
통계상 그리나온다는건 할말없지만 진짜 수능판 갈때까지 가버린게 맞음
-
국어때문에 그렇다는 말이 있는데 언매 97점 기준 백분위/표점 메가랑 비슷하지...
-
님들 수시 성대 공학계열 종합 예비 많이 도나요?? 1
일반고 내신 1.79에 생기부는 1학년때부터 계속 공학으로 유지했어여 수학은...
-
칸타타님은 미적 88 6퍼라 했다가 고아소리 들으시네 6
22수능에서 홀로 88을 외칠 때 얼마나 힘드셨을지 알겠다
-
전자고 후자는 문제수준은 후자가 더 어렵지 않음? 처음 딱 봣을때 신선한 충격으로...
-
24 6모 46(10분 컷) 24 9모 50 24 수능 47 25 6모 48 25...
-
과탐 커트라인 3
생1 1컷 44 지1 2컷 39 둘 중 하나는 안되려나 아 ㅋㅋㅋ
-
공부든 뭐든 암거나
-
맛점하세요 0
냠
-
인간시대의 끝이 도래했다
-
자살하게해주세요
-
고사실이 좀 후텁지근했는데 친절한 국어 감독관님이 환기시켜주심. 책상은 유리판 씌운...
-
점메추해주세여 6
-
ㅈㄱㄴ
-
돌려주시는분 대학 꼭 원하는곳 가시길!
-
수면패턴 망한 2
ㅜㅜㅜ
-
69+22 1 안되나요 하.. 면접이 손에 안잡힘 ㅆㅂ
-
전글 정답 2
계속 뻐기고 있으면 어차피 위상수학 이미 들으신 분이 와서 5000덕 가져갈 게...
-
실채떠도 써볼만함?
-
내년에 수리논술보려고하는데 기하랑 확통도 해야하나요 미적만 하기에도 바쁠것같은데요ㅠㅜ
-
우울해짐 0
지금 생윤 31점..메가 기준 딱 3컷인데 결국은 4뜬다고...
-
숨막힌다 2
여기서 대입얘기 보고있으면…..
-
보니까 올해 6모랑 수능이랑 선택과목 평균은 거의 똑같고 공통에서 6점 정도...
-
그 정시접수는 온라인으로 하는거 아닌가? 어떤식으로 되는지 감이 안잡히네 학교가서 쓰는거임뭐임?
-
김범준 현우진 0
예비 고3이고 이번수능 공통 15 20 22 틀렸는데 김범준 따라갈만한가요??둘중...
-
물리 생멱 1
대학다니면서 재수할껀데 공대다니는데 내신때 화생지를했거든요 근데 공대갈껀데 물리를...
-
작년 한양대 수리논술 쉬운편이었나요?? 오전거푸는데 어렵다고 소문난거에비해 너무...
-
언매 94-97점 분들 메가 백분위 표점 어떻게 나오나요? 5
저는 공통 언매 1틀 96이고 133/98 이네요 어디까지가 98컷일지 궁금해서 여쭤봅니다
-
오르비에 어떤 분의 예전 풀이 보다 막혀서 질문 드립니다.. 중력끄기 기출에...
-
안녕하세요 Crux 컨설팅 환동입니다. 수능을 보신 여러분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
65663인뎅 ㅜ 문과 여붕이에요
-
예비 25학번 의대생 님들 내년에 입학하자마자 휴학할 거임?? 2
어떡하실 거임?? 증원 혜택받아서 입학한 의대생들도 선배가 시키니까 동참할까??...
-
좀 아쉽네요ㅠ 0
미적 어떻게 30번 푸는지는 알았는데 시간이 없어서 못 풀었네요ㅠ한번 더 하면 의대...
아.. 눈물난다.
소름돋고 공부하러갑니다..ㅠㅠ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
일기 무진장 리얼하게 쓰시네요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