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 김용옥의 논술과 철학강의를 읽고
안녕하세요 아레테입니다.
이번에는 고려대 철학과에서 교수직을 맡기도 했던 도올 김용옥의 '논술과 철학강의'라는 책을 읽고나서 몇 자 적어보려합니다. 논술에 엄청나게 도움되는 글은 아닙니다. 그냥 저의 사족이에요...
우선 기본적으로 저는 도올에 대해서 그다지 호의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이유야 여러가지인데, 그것들을 말씀드리기 위해서는 글이 굉장히 길어질 것이 뻔하고 입시에 별 도움이 되지 않기에 적지 않겠습니다. 어쨌든 저는 도올을 딱히 좋아하지 않아요. 만약 도올을 좋아하는 분이 이 글을 읽으려 하고 있다면, 굳이 감정낭비하지 말고 글을 패스하는 게 좋습니다.
도올의 책 '논술과 철학강의'는 두 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책 제목이 '논술과 철학강의'인 것에 비해 논술이 가지고 있는 비중이 굉장히 적죠. 차라리 '역사와 철학강의 그리고 논술'이 적합한 제목이라 생각합니다.
책 1권에서는 대부분의 이야기를 한국 현대사에 (독립운동과 광복이후 5공화국까지의 한국 현대사) 할애하고 있습니다. 읽어보면 느끼시겠지만 다소 진보주의 역사관을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어요. 이 점은 이 전의 도올의 글과 비교했을 때 꽤 의문이기는 합니다. 이 사람이 이정도까지 진보적인 인물이었나? 싶을 정도로 급진주의 역사관을 보여주고 있거든요. 여러분이 현대사를 알기 위해서 본 책의 1권을 읽을 필요는 없어보입니다. 에드워드 카가 '역사란 무엇인가'의 책에서 말했듯, 역사란 역사가가 그 역사적 사실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서 역사의 기술방식이 매우 다르게 나타나죠. 역사인식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좌우의 상관없이) 급진적인 논의를 먼저 읽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2권에서는 현대사가 아니라 철학에 많은 비중을 두고 서술합니다. 사실 철학이야기만 해요. 논술에 대한 내용은 목차를 읽었을 때는 못찾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목차만 읽고 2권의 내용은 읽지 않았어요.
도올의 책에서는 빠질 수 없는 것이 본인에 대한 일화인데요. 2권의 도입부에도 여지없이 등장합니다. 궁금하시면 읽어보셔도.. 아니 그냥 지금은 읽지마시고 입시끝나고 도서관가셨을 때 혹시나 생각나면 한 번 눈으로 스윽 읽어보세요.
결국 논술과 철학강의라는 제목으로 인해 읽었으나 논술에 대한 내용은 1부의 3장정도가 거의 모두입니다. 특히 이 파트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것이 <명사적 구성법보다는 동사적 구성> 파트에요. 뭐 이 외에도 글씨를 잘써라, 미리 개요를 써라와 같은 설명에는 저도 동의합니다. 그런데 이 동사를 강조하는 도올의 말을 잘못읽었다가는 위험하겠다고 느꼈어요. 실제 대입을 위한 논술답안에서는 오히려 동사보다는 명사가 중요하거든요.
도올은 한국어에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서술어라고 말합니다. 그렇죠. 비단 한국어에 국한하지 않더라도 실제로 여러 사회운동의 구호를 보게 되면 서술어를 강조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베니, 비디, 비치", "나가자, 싸우자, 이기자", "입어라, 먹어라, 써라. 조선 사람 조선 것." 등 굉장히 많죠. 서술어구에는 힘이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그대로 입시를 위한 논술에도 적용하게 되면 곤란해요.
입시논술에는 채점기준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 채점기준은 자신의 가치관이나 사유를 글로 적어 남을 얼마나 매력적으로 설득하느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제시문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자신의 것으로 소화했느냐에 있어요.
왜 대학에서 논술로 학생을 뽑을까요? 심지어 몇 학교는 수능도 반영하지 않고요.
저는 그것이 결국 논술과 수능이 평가하고자 하는 요소가 동일하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에서 수학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하는 것의 세부요소로서, 언어과목에서는 독해력과 이해력, 논리력과 그를 기반한 추론능력을 요구해요. 수학과목에서는 이 논리력과 사고력을 더 심층적으로 평가하고요. 논술도 마찬가지입니다. 글을 읽어낼 수 있는 독해력과 이해력, 자신의 독창적인 사고를 합리적으로 펼칠 수 있는 능력 즉 논리력과 창의력까지도 평가하고 있어요.
요컨대 대학입시논술에서는 수사(修辭)능력이 아니라 수학능력을 중요하게 묻습니다.
얼마나 고등수준의 글을 읽어낼 수 있는가를 평가하지 얼마나 글을 멋지게 쓸 수 있는가를 평가하지 않는다는 말이에요.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논술답안을 작성한다면, 당연히 명사형 중심의 문장구조를 가지게 되죠. 주어진 제시문이 가지고 있는 핵심키워드를 적절한 언어로 치환하여 '나 이 정도로 이해했어'하고 명확하게 보여주어야하니까요.
대학입시의 핵심은 대학수학능력의 평가입니다. 어느 전형이든 변하지 않아요. 많은 학생들이 논술 하나로 사람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있을텐데요. 논술도 수능과 마찬가지로 사고력, 논리력, 이해력을 평가하는 시험이라는 것을 이해한다면, 이 사람이 대학수학능력이 있는가의 판단이 가능하다는 것도 알 수 있을거에요.
답안을 작성할 때도 '내가 이렇게 글을 멋드러지게 쓴다'가 아니라, '나는 이만큼을 이해했고, 이정도까지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다'라는 올바른 방향으로 작성할 수 있을 것이고요.
물론.. 시험이라는 것의 성질 상, 제아무리 잘 계획된 시험일지라도 한 사람의 잠재적 역량까지 모두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요..
쓰다보니 너무 길어졌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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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같네 진짜
맞아요 논술 얘기는 정작 없었던 책이었던 기억이 나네요.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네 논술 얘기는 거의 없네요..... ㅋㅋ...
작년 냥대 논술 첫문장을 의식적으로 명사적으로(?) 쓰려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잘보셨나요? ㅎㅎ 한양대는 타학교에 비해 배경지식을 요구하는 학교라서.. 준비가 힘들죠 ㅠㅠ
대기 2번이요 ㅠㅠ
헉 아쉽네요진짜
그 책은 제1권이 논술강의, 제2권이 철학강의라서 시리즈 이름이 '논술과 철학강의'일 거예요. 특히 제2권은 80년대에 나왔던 중고생을 위한 철학강의 책을 일부만 수정해서 거의 그대로 다시 낸 것이라 원본 자체가 철학개론서 성격이고 논술을 염두에 둔 책은 아니죠. 그리고 제1권 논술강의도 2006년인가에 나온 것이고 또 성격이 원론적으로 글쓰기란 무엇인가에 대한 자기 논지를 정리한 것에 가까우니 아무래도 지금 입시에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을 듯.
그렇군요 몰랐던 사실이네요. 어찌되었든 현입시와 맞지 않는 것은 분명한 듯 합니다.
글에 대한 insight가 보이네요 ㄷㄷ... 인지문법을 필두로 여러 철학/언어학이 동사를 강조하는 것이 사실이고, 필요하긴 한데, 본문 내용처럼 사실 입시 논술은... 명사가 더 중요하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저 책은 안 읽었지만 안 읽어도 될 것 같네요 ㅎ 좋은 글 감사합니당
선생님 감사합니다...ㅜㅜ
왜 우세요ㅠ
혼자 정보 찾다가 힘들었는데 올려주신 글 너무 도움돼서요... 글 올리신거 다 읽었는데 논술글에 댓글 단 줄 알았더니 좀 잘못 달았네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