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기차 [477377] · MS 2013 · 쪽지

2020-09-14 17:50:43
조회수 13,771

젊은 당신을 위한 변명 (N수헌정시)

게시글 주소: https://modern.orbi.kr/00032153509

비단 N수생들에게만 들려주고픈 글이 아니다.


언젠가 인생에서

정체된, 

때론 뒤쳐진 자신의 모습을 마주해 힘들어 할

오늘의 청춘들에게 바친다.


그리고 어제의, 오늘의, 내일 나에게..


또한, 글이 아닌 한 편의 긴 시로 남았으면 한다.




수많은 연구를 해도 

내가 옳다는 것을 증명할 수 없다.


하나의 실험이 

내가 틀렸다는 것을 증명해주기 때문이다. 

 



이 시 한 편이

자책하는 당신에게 그 하나의 실험이 되기를.


그 자책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해 주기를.
















"몇 살이세요?"

"저.. 스물.. 세..살이요."


('와.. 근데 아직 수능을 본다고..?')








자, 이제 멀리 떠나보자.








"How old are you?"

"I'm 18 years old!"


('What the fxxk happened to his face?')

('세월을 정통으로 맞았나..?')






"Quel âge avez-vous?"

"J'ai 30 ans."


('je l'envie. Il a l'air plus jeune que son âge.')

('부럽다. 동안이네.')






"¿Cuantos años tienes?"

"¿5?"


('Carajo! El no puede hablar español.') 

('젠장! 얘 스페인어 못하나보네')






"Сколько тебе лет?"

"мне 20 лет"


('что? Он выглядит на 35 лет')

('뭐라고? 35살은 되는 것 같은데..')





당신은 지금 세상 어디로든 떠나


때론, 30살이 될 수 있고

그날의 기분에 따라 20살이 될 수 있다.


10대가 되고 싶다면..

이름 모를 미국인의 속마음을 다시 알아보자.








('What the fxxk happened to his face?')








그만 알아보자.











하지만 그렇다.


현실로 돌아오면

당신은 여전히, 

대한민국에 두 발을 딛고 서있다.


아니, 두 무릎을 굽히고

엉덩이는 의자에 붙여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



수백의 해가 지고

수백의 달이 지는 동안


그 하루가 이라는 옷을 벗어,

이라는 옷으로 갈아 입는다.


그 옷마저 12달을 버티지 못해

결국 이라는 의복(衣服), 아니 죄수복을 입게 되고,


이라는 옷마저 

겹겹의 세월에..


해지고 있다.





'언제쯤 난, 의복()을 입을 수 있을까?'









내가 속한 집단에서는 모두가 나의 나이를 안다.



가족

친척

친구


심지어,


학원

독서실

인강 사이트




속일 수 없다.





사실이다. 속일 수는 없다.










하지만, 뒤집을 수는 있다.


23살인 내가 20살 새내기보다 젊어지는 법이 있다.


이것이 내가 조급하지 않고, 자유롭게 사는 방식이다.



내게 남은 날이 1년이라면

내가 20년을 살았든, 50년을 살았든

그게 다 무슨 소용일까


내게 남은 1년이

나의 삶을 규정할 뿐이다.



눈치챘는가

나는 나이를 거꾸로 셈한다.



살아온 날이 아니라

인생의 남은 날을 생각하는 것이다.

사실 이것이 더 합리적이지 않은가?

이것이 당신을 더 절박하게 만들지 않는가?









자, 이제 다시 멀리보자.


아, 이름 모를 미국인을 다시 만나자는 게 아니다.




20살인 새내기가 97살에 생을 마감하고

23살인 내가 100살에 생을 마감한다면

새내기는 77년을 더 살 것이고

나 또한 77년을 더 살 것이다.


결론, 나는 새내기와 동갑이다.




20살인 새내기가 90살에 생을 마감하고

23살인 내가 100살에 생을 마감한다면

새내기는 70년을 더 살 것이고

나는 77년을 더 살 것이다.


결론, 내가 7년 어린 것이다.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내가, 나보다 어린 사람에게

'나보다 어리니깐 더 일찍 죽었으면'하고

저주를 하며 살아간다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출생으로 규정된 '사회적' 나이는 

나를 규정할 오직 하나의 지표가 아니라는 것이다.


나의 '남은 생'에 있어서는 지표가 될 수조차 없다.



나보다 나이가 적은 사람이 사실,

나보다 나이가 많을 수 있고


반대로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 사실,

나보다 나이가 적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위에서 내린 결론만 해도 이미 두 가지이며

적게는 세 가지(연상/동갑/연하)

많게는 일만 가지 이상의 결론이 나올 수 있고

결국,

이 모든 결론은 결과론적이다.



아무도 모른다.

23살의 내 생이 다 할 때까지는.








그러니 나는 죽는 날까지 자유롭다.













그러나, 그냥 허비하지는 말자.

내가 생각보다 나이가 더 많을 수 있으니.



그러니, 몸을 가꾸자.

사회적 나이를 무시한다고 해도

신체적 나이는 무시할 수 없으니.


나 또한 무지했던 긴 시간 동안 

몸을 제대로 가꾸지 못해

신체 나이를 역행시키느라 고생 중이다.

(그게 고생 중이라고..?)










마지막으로,

이 글을 쓰는 나는 몇 살일까?





















23살?





















틀렸다.

난 29살이다.
























미안하다.

난 25살이다.

























아니,

난 27살이다.
















이제, 다시 묻는다.

이 글을 쓰는 나는 도대체 몇 살일까?














23살이라 확신했었는데

이젠 헷갈리는가?











이것이 내가 누리는 자유로움이다.

















그렇다면,

이 글을 읽는 당신은 몇 살일까?

당신은 자유로운가?



전국의 수많은 수험생들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여러분들의 노력은 헛되지 않을 것이므로

포기하지 말고, 나아가길 바랍니다.

그것이 또 한 번의 도전이든

아니면 새로운 시작이든

마음으로,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수많은 연구를 해도 

내가 옳다는 것을 증명할 수 없다.


하나의 실험이 

내가 틀렸다는 것을 증명해주기 때문이다. 


_ Albert Einstein (아인슈타인, 물리학자)





0 XDK (+15,010)

  1. 10,000

  2. 10

  3. 5,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