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u Roman. [69422] · MS 2004 · 쪽지

2019-08-02 18:3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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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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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마카오 호텔 좀 추천해주세요"


아는 동생이 물었다. 내가 호텔에서 쉬는 것을 좋아하고,

관광을 가도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룸안에 있는 걸 좋아해서

호텔을 나름 알기 때문에 물은 듯 했다.


그래서 세 호텔을 추천했다. 

세인트레지스, 만다린 오리엔탈, 포시즌스.


세 호텔 모두 클럽라운지가 있고 룸컨디션이 좋으며 극강의 서비스를 갖춘 곳이다. 

동생은 고맙다며 우리의 카톡은 그렇게 끝났다.


며칠 뒤.


아는 동생과 같이 마카오에 놀러가는 또다른 동생이 내게 말했다.


"오빠, 언니가 오빠가 가르쳐준 호텔 가격 알고 충격받았어요"


내용인즉, 내가 말한 호텔들이 본인 수준에 비해서는 비쌌다는 것이다.

위 호텔들은 1박에 3~50만원 하는 호텔들인데, 내 기준에선 비싼 편은 아니다.


1년 내내 소처럼 일만 하다 개처럼 쉬어보겠다고 가서, 호스텔에서

눈치보며 코고는 것을 인내하고 자고 싶은 마음이 내겐 없다.


비싼 돈이지만, 저 돈만 내면 훌륭한 서비스를 받으며 조식과 애프터눈티,

칵테일, 핑거푸드까지 하루종일 즐길 수 있다.


이 얘길 했더니 또다른 동생이 내게 말한다.


"그래도 일반인들에겐 비싸죠. 오빤 부자인가봐요"


내가 부자도 아닐뿐더러 둘 모두 나와 같은 직업에 종사한다.

내게 처음 호텔추천을 해달라던 동생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로펌에 다닌다.


동생은 말을 이었다.


"저는 호텔에 그렇게 돈을 많이 쓰고 싶지 않아요. 벌써부터 과소비하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요"

"저는 사치스럽게 노는 걸 좋아하진 않는 것 같아요"


추천에도 재화가 들어가니 평가가 되는 것을 보며, 다시 한 번 이 말을 해주고 싶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그러나 고개를 숙였다해서, 익은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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