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운T] 당신의 겨울을 함께 할 시즌국어. 박대운입니다.
1. 어느 학생의 겨울
4번째 수능이었습니다.
그리고 4번째 실패였습니다.
누구나 그렇듯 딱 5점의 그 점수가 부족했고
언제나 그랬듯 그에게 행운은 오지 않았습니다.
22살의 남자에게 주어진 선택권이란
군대에 가거나
재수 때 군대를 위해 걸어 놓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 뿐이었습니다.
미래에 대한 걱정에 두려움에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에 휩싸일 때
- 아무도 편이 되어 주지 않았던 그날의 겨울을 기억합니다.
2. 어느 남자의 겨울
양가 부모님과 인사를 마친 뒤
남자는 사랑하는 여자와 차에 올라 탔습니다.
남자의 로망이던 빨간색 독일제 스포츠카는 눈부시게 아름다웠고
하얀 드레스를 입고 있던 옆자리의 예비 신부는 그보다 더 아름다웠습니다.
그러다
사고가 났습니다.
눈을 떠보니
여자가 입고 있던 하얀 드레스는 빨강게 젖어 있었고
빨간 스포츠카에서 내린 세상은 하얗게 질려 있었습니다.
병원 응급실. 비명을 지르던 여자를 바라보며 눈물을 쏟을 때
- 아무도 편이 되어 주지 않았던 그날의 겨울을 기억합니다.
3. 어느 강사의 겨울
또 휴강을 했습니다.
1명으로 시작했던 노량진 현강 수업은 150명으로 늘었고
매일 조그마한 교탁에는 그들이 올려 놓은 커피와 과자로 꽉 차 있었지만
늘어난 학생 수만큼 복용하는 우울증 약은 늘었고
꽉 찬 선물 수만큼 삶에 대한 불만도 꽉 차고 있었습니다.
누구는 지방 출신 듣보잡이 좀 뜨더니 건방져서 그렇다며 험담했고
누구는 교통사고의 후유증으로 우울증이 왔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모든 강의를 접고
고향에 내려가 하루 40키로씩을 걸으며 이유 모를 화를 삭혔습니다.
강사의 어머니는 매일 아들의 물집 잡힌 발을 매만지며
그 이유를 물었지만 강사는 굳게 입을 다물 뿐이었습니다.
차디찬 강바람. 얼어 붙은 산길을 걸으며 삶을 후회하며 가슴을 칠 때
- 아무도 편이 되어 주지 않았던 그날의 겨울을 기억합니다.
4. 아무도 겨울에는 나의 편이 되어 주지 않았다.
아무도 나의 편이 되어 주지 않았습니다.
철저히 혼자였고, 철저한 겨울이었습니다.
나를 이해해 줄 한 명이 있었다면.
나에 문제를 해결해 줄 한 명이 있었다면.
아니
나와 함께할 딱 한 명만 있었다면..
좀 더 그때의 겨울이 견딜만 하지 않았을까?
5. 시즌국어 박대운T의 봄
4수생이었고
교통사고의 당사자였고
우울증에 시달렸던 강사였던
박.대.운.이
다시 선생님이 되어
오르비에서 수업을 시작합니다.
화면 속의 저는 여전히 혼자지만
화면 밖의 여러분에게는 편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당신의 겨울이 보다 견딜만 할 수 있도록
당신의 봄을 위해 편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어떤가요?
여러분도 화면 속 여전히 외로운 저의 편이 되어 주실건가요?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오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