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춘법막트ㄹ림 [646331] · MS 2016 · 쪽지

2018-02-23 03:22:53
조회수 1,561

꿈을 꾸게 해줘서 고마웠어요

게시글 주소: https://modern.orbi.kr/00016265685

맛춘법막트ㄹ림 님의 2018학년도 6월 모의평가 성적표

구분 표점
한국사 - - 1
국어 139 99 1
수학 나 138 100 1
영어 - - 1
생활과 윤리 66 98 1
사회 문화 68 98 1
실지원 학과
대학 학과 점수 순위
가군 서울대 경제학부 417.928 -
나군 연세대 경제학부 765.550 -

5월의 어느 날, 정경대 건물을 보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고3 때 내 1지망은 언제나 고려대학교 정경대였는데...’

무언가에 홀린 듯 국어 기출문제를 몇개 프린트해 풀어 봤어요. 고3 때랑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좋은쪽으로.


반수 생활은 일년 전이랑은 달랐어요. 물론 오랜시간 홀로 앉아서 외롭게 공부하는것은 힘들었지만, 고3 때 많은 것을 놓쳤다는 것을 알아가는 기분은 신났어요. 전에 받아본 적 없는 성적은지칠 때마다 제게 힘을 주었죠. 


연고대 반수생들이 다 그렇겠지만 목표는 서울대였습니다. 단 일년, 실제로 일년도 다 지나지 않았는데 서울대를 꿈 꿀 수 있게 된 제 자신이 너무 신기했습니다.  

제 수험생활을 토대로 수능을 예측해 보면, 서울대는 정배일것입니다.


세상일이란 가끔 역배일 경우도 있죠.


수학영역에서 뼈아픈 실수를 하고, 받아본 적 없는 점수를 받았습니다. 수능시험장을 나오면서 직감했습니다. 바보야 그걸 왜틀려. 서울대는 당연히 안되지. 연고경은 갈 수 있을까. 눈물이 그치질 않았어요. 고사장은 집에서 왜이리 멀던가요. 버스는 오지를 않고... 버스에서 누가봐도 수능 망친 애처럼 엉엉 울었습니다.


부모님에게 수고 많으셨다고 말하며 멋있게 집에 들어오려고 계획했었는데. 실수와 함께 날아가 버린 내 꿈. 내가 망쳐버린 수능. 울며불며 부모님께 너무 억울하다고. 삼수하겠다고 소리질렀습니다.


그리고 한 2개월간은 악몽이었습니다. 잠을 잘 때마다 수학시간이 떠올라 미칠 것 같았어요. 영화처럼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새끼발가락 두개쯤 잘라도 좋은데. 지금 당장 수능봐도 저따위보단 잘 볼 수 있는데.


그래서 삼수를 하냐고요? 아니 안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제 모습이 너무 찌든 것 같아서요. 여기서 다시 국영수로 돌아간다는 것은 더 이상 저를 위한 길이 아닌 것 같습니다. 나는 무엇이든지 될수 있고 할수 있는 사람인데, 고작 수능이 뭐라고 나를이렇게 바보같이 만들어요.


결코 짧지 않은 시간동안 꿈을 꿀 수 있게 해주어서 고마웠어요. 그렇게 열심히 살았던 적은 처음이었어요. 반수생활 중 부모님보다 가깝게 지낸 박광일 선생님, 한석원 선생님. 그리고도 여려선생님들. 눈감고도 찾아갈수 있을 것 같은 독서실. 오픈석에서 암묵적으로 매번 앉았던 내 자리. 잊지 못할 거예요.


다시 고려대로, 정경대가 아닌 내가 있던 곳으로 돌아가야죠.

잘 할 수 있을 거에요. 이제 대학생활을 즐겨봐야겠어요.


안녕, 서울대.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